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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ur planEAT 아워플래닛 Apr 26. 2022

트러블 메이커 '아보카도'

Green gold


아보카도 좋아하시나요?

SNS상에 #아보카도 #아보카도요리 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수많은 아보카도 사진들이 화면을 채웁니다. 샐러드와 샌드위치의 단골 재료였던 아보카도는 음료수 안에도,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재료로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숲 속의 버터’라고 불릴 정도로 고소한 맛이 매력적인 아보카도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철분, 엽산 등의 영양분도 풍부하여 슈퍼푸드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전 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년 전에 비해 수입량이 30배가량 늘었고 아보카도의 맛에 눈을 뜬 중산층이 많아진 중국에서는 지난 7년 동안 아보카도 수입량이 1000배나 증가했습니다. 

과거에 주로 북미와 남미에서 소비하던 아보카도는 세계적인 붐을 타고 이제는 없어서 못 파는 인기 과일이 되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아보카도의 이름 뒤에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딱지가 붙게 됩니다. 아보카도는 왜 그런 오명을 얻게 된 걸까요?


아보카도의 인기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 ‘영양가가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과일’로 인식되면서 단숨에 미국 전역과 유럽으로 인기가 확산하게 됩니다. 미국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원래 산지였던 중남미에서도 아보카도의 재배와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아보카도의 인기 덕에 가장 수혜를 본 나라는 세계 최대 아보카도 생산국인 멕시코였습니다. 

아보카도 열풍으로 아보카도의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고 이는 아보카도 농사를 짓던 농부들에게 전에 없는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는 곧 재앙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멕시코산 아보카도의 80% 정도는 빈곤지역인 미초아칸 주에서 생산됩니다. 아보카도는 가난했던이 지역에 재배에 따른 수익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한 효자 작물이었습니다. 

2006년부터 멕시코 정부는 대대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이 과정에서 마약의 제조, 판매에 관한 활동을 하던 조직인 카르텔(cartel)들이 대거 와해되고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되는데요. 또다른 자금줄을 찾던 카르텔들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인 아보카도 시장으로 마수를 뻗치게 됩니다. 

성공한 아보카도 농부들의 가족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거나, 보호세를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금품 요구를 거절하면 밭을 불태우거나 심한 경우 살해를 저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군인과 경찰들이 카르텔에 매수되어 피해를 당한 농부들이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결국 농민들이 자경단을 꾸려 카르텔과 똑같이 총으로 무장한 채 스스로를 지키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혼돈 위에 나름대로 질서를 세웠지만 자생한 군대조차 범죄 조직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멕시코의 아보카도 산업은 이제 ‘피를 부르는 산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태로운 긴장 상태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 외에도 아보카도 재배는 많은 환경적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아보카도가 환경에 미치는 가장 큰 문제는 수송거리에 있습니다. 한국은 아보카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보카도는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서 특정 기후와 지역에서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주로 미국, 멕시코 등 북중미 국가들과 뉴질랜드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아보카도는 이동과정에서 후숙을 위한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보호 포장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아보카도 한 개가 생산지에서 우리의 식탁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약 42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이는 비슷한 무게의 바나나에 비해 5배나 많은 양입니다. 주요 운송 수단인 항공기와 선박에서 배출되는 질소 산화물은(NOx)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미세먼지의 주범이 됩니다. 




아보카도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무분별한 산림 파괴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아보카도는 이제 ‘녹색 황금(green gold)’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다른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아보카도 시장으로 뛰어들게 하였습니다. 

케냐의 경우 유럽과 중동에서의 아보카도 수요 증가로 농부들이 재배에 더 손이 가는 커피나 차 재배를 접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보카도로 전향하고 있고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새로운 경작지 확보를 위한 벌목과 개간입니다. 

숲을 밀고 개간하는 과정에서 야생 동식물의 터전도 파괴되고 개체수 역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배 과정에서 투입되는 농약과 살충제, 화학비료는 토양 오염을 가속시킵니다. 

멕시코 산 아보카도의 80%를 생산하는 미초아칸 주에서는 매년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넘는 숲이 이러한 개간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보카도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물입니다. 

아보카도의 이름은 ‘물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뜻의 고대 아즈텍어 ‘ahuacatl’에서 유래합니다. 이름의 기원처럼 아보카도 생산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아보카도 하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평균 160리터 입니다. 오렌지 한 개의 물 필요량의 2배, 레몬의 8배가 되는 양입니다. 물론 망고나 수박처럼 아보카도보다 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과일도 있지만 문제는 아보카도의 폭발적인 소비량에 있습니다. 



100제곱미터(약 30평) 규모의 아보카도 농장은 평균적으로 약 340명의 하루치 물 사용량인 1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합니다. 

칠레에서 아보카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페코르카(petorca) 지역에서는 지리적 요인에 의해 아보카도 하나를 재배하는 데에 약 320리터의 물이 듭니다. 이는 성인이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신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160일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죠. 이쯤 되면 ‘물먹는 하마’를 넘어서서 ‘물먹는 고질라’ 정도 되는 것 아닐까요? 

참고로 칠레는 유럽 전역에 가장 많은 양을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보카도 경작 면적이 확대됨에 따라 주변에 물을 대던 하천들도 하나 고갈되었고 이는 물을 필요로 하는 다른 농업들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농부들은 불법으로 용수 파이프를 설치하거나 우물을 파기도 했지만 물고갈을 해결하지 못했고 급기야는 주민들의 생활용수조차 트럭으로 물을 사서 써야하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아보카도 먹이느라 사람 먹을 물이 없어지는 지경이 된 것이지요

칠레는 현재 ‘심각한 물부족 국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처음 아보카도 붐이 시작된 캘리포니아에서도 물부족 문제는 심각합니다. 줄어드는 물공급에 아보카도 가격은 치솟았고 거기에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까지 겹쳐 미국 아보카도 산업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칠레 페코르카 지역의 과거와 현재 토양 상태 비교 사진


아보카도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재배지역도 늘어납니다. 그리고 생산지의 환경도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건강에는 ‘슈퍼’ 푸드일 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환경에의 영향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인 아보카도. 평범한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아보카도가 마약상의 배를 불리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로 인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아보카도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합니다. 


아보카도의 소비에 대한 확실한 대안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단은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이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커피와 같은 인증 시스템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기관과 정부, 농부들이 협업하여 계획과 통제에 따라 최대한 환경과 인권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인데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이런 움직임들은 공정무역 인증 아보카도나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인증 아보카도의 생산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인스타 스타’이자 ‘슈퍼푸드’인 아보카도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았는데요. 아보카도가 ‘피를 부르는 과일’, ‘환경 악당’이란 오명을 벗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커피, 설탕, 면화 등 재배과정에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작물들을 윤리적이고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고 안착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우리가 이 맛있는 과일을 오래도록 소비하기 위해 마땅히 가야할 길, 소비자의 생각과 힘으로 만드는 시장의 변화는 지속가능한 미식을 향한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발걸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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