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이날은 우리에겐 1년 365일 중 유일하게 거짓말이 통용되는 날로 더 익숙하다. 이때만큼은 현실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재치 있는 장난들을 편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이날은 엄연히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니 말이다. 이 글이 올라갈 즈음엔 4월 1일이 지난 이후일 것이니, 얼마 전 벌어졌던 만우절 장난을 떠올리며 다시금 웃음을 머금어도 괜찮겠다.
'만우절'의 위상은 여타 기념일 못지않게 탄탄하다. 사람들의 인식 수준으로만 따지면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일 정도다.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만큼, 만우절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꽤 많으니 말이다. ‘이날만을 위해 기다렸다’면서 온갖 개그와 유머를 쏟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저걸 어떻게 참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4월 1일은 위와 같이 매우 유쾌한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생태계에도 아주 특별한 '멸종 위기종의 날'이기도 하다.
멸종 위기종의 날은 지난해 처음 선포되어 올해로 2회를 맞이한 기념일로써 멸종 위기종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4월 1일 지정되었다. 멸종 위기종의 날이 4월 1일로 지정된 이유는 1987년 같은 날에 국내 최초로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당시 ’환경보전법‘)’이 지정, 고시되었기 때문이다.
1987년 환경보전법에 의거해 처음으로 지정된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1급과 2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의 구분은 다음과 같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되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어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동식물은 불법 포획, 채취, 유통 및 보관 등의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며, 서식지 보전을 위한 멸종 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서식지 외 보전 기관 지정, 멸종 위기종의 복원 사업 추진, 5년 주기로 ‘전국 분포조사’ 실시 등 정부의 관리를 받게 된다. 만약 위와 같은 금지조항과 의무사항을 위반할 시 최대 7,000만 원의 벌금을 물거나 7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까지 포유류 20종, 조류 63종, 양서류 및 파충류 8종, 어류 27종, 곤충류 26종, 무척추동물 32종, 식물 88종, 해조류 2종, 고등균류 1종으로 총 267종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고, 1급은 60종, 2급은 207종으로 분류된 상태다.
멸종 위기종이 267종에만 머무를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미국 스탠퍼드대 폴 에를리히 교수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안에 육지 척추동물의 500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 예고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기준이지만, 그런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상당히 많은 수다. 동식물들의 서식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기에 우리나라의 많은 종들 또한 그런 운명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뒤이어 생물의 멸종 속도가 이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한다.
그 원인은 불 보듯 뻔하다.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 때문이겠지. 삶의 터전을 잃어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 생명체들의 고통은 그대로 인간에게 전이될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이어져있으니까. 다른 무엇도 아닌 ‘생명체’들은 어떻게든 서로 이어지게 되어 있으니까. 멸종 위기종이 늘어나고 절멸하는 생명체가 늘어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이 짊어지게 된다. 멸종하는 생명이 늘어날수록, 인간이 멸종할 시기 역시 앞당겨지게 된다. 모든 사태를 불러일으킨 주범이 우리 인간인 만큼, 그것을 해결하고 개선할 책임 역시 우리 인간에게 있다.
인간이라는 것, 그것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탓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비참함을 마주했을 때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겠지만,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잠시라도 떠올려보는 것은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잊혀져가는 것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멸종 위기종의 날’이 제정된 것이리라.
다음에 마주할 4월 1일에는 '만우절' 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종의 날'까지 함께 떠올려보면 어떨까.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찰나의 시간이 모여 영원을 기원하게 될 테니 말이다.
1. <NAVER 지식백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 <국제 환경에너지 산업전 공식 블로그> 4월 1일 '멸종위기종의 날'
3. <뉴스펭귄 NAVER 포스트> 만우절, 진짜 사라져버리는 '이거' 아세요?
4. <국립생태원 블로그>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아는 것이 시작이다.
5. <뉴스펭귄> 멸종위기종의 날과 기요메의 사투, 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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