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자영업이 아니었어

1화. 강원도 출신

by 아세빌

온라인 쇼핑몰에서 처음으로 일하게 된 곳은 유아동 완구류 회사였다.


나는 디자이너로 입사한 줄 알았는데 현실은 매일같이 포장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내가 뭘 잘못 들어온 건가 싶으면서도 일은 또 꼬박꼬박 열심히 했다.


특히 창고에 쌓인 재고들이 엉망이면 눈에 거슬려 자꾸 손이 갔다.

그날 출고될 물건들을 카트에 미리 담아두는 작업을 하면 나는 꼭 오와 열을 맞춰 이쁘게 정리를 해두곤 했다.


그 모습을 본 사장님은 나를 아주 기특해하셨다.

“역시 강원도 출신이라 일을 잘한다니까.”


논리는 없는데 칭찬 같기도 하고 듣고 보니 또 그럴듯했다.

점점 포장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결국 그만둘 때 사장님이 무척이나 아쉬워하셨는데 나로서는 조금 얼떨떨했다.

디자이너로 들어갔다가 포장만 하다 끝났는데...


그게 첫 쇼핑몰 경험의 웃픈 결말이었다.



두 번째로 일하게 된 쇼핑몰은 카펫과 러그를 만드는 회사였다.
여기도 디자이너로 입사해서

일러스트로 카펫 디자인을 하거나 패키지, 카탈로그 만드는 일을 많이 했는데 얼마나 많이 혼나면서 일을 배웠던지...

나름 큰 회사라 디자이너라고 명함도 파게 되었는데 내심 이게 뿌듯해서 사방팔방 자랑을 하고 다녔었다.


그렇게 열심히 배워 내 몫을 해내고 있었는데 이곳도 역시 한창 바쁠 시즌이면 전 직원이 포장에 본격 투입되었다.

죙일 카펫 옮기고 포장하다 보면 전신이 먼지투성이가 되어서 에어건으로 먼지를 털고 퇴근을 하곤 했다.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앉아 마우스와 키보드나 딸각거릴 거라 상상했던 나는 밥 먹듯이 계속되는 야근에 지쳐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사장님도 나를 꽤나 예뻐하셨다.

이유는 똑같았다.
“강원도 출신이라 일을 잘한다.”


일 열심히 잘하는 거랑 강원도랑 무슨 상관관계인지 아직도 모르지만 그때는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게 칭찬에 길들여진 나는 또다시 포장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사장님은 가족들 외식 자리에까지 날 초대해 평소엔 못 먹는 좋은 음식도 사주셨다.


그때는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남에 집 식사자리에 껴서 이게 뭐지 싶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정이 느껴져 좋은 추억이기도 하다.


그때 배운 모든 것들. 디자인 작업을 비롯해서

포장이라던지 창고 정리라던지

그 경험들은 하나도 하찮지 않았던 거 같다.

현재 일당백으로 쇼핑몰 운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