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함께 달리는 삶
따님이 우주에서 지구별로 우리 가족을 찾아온 지 4년이 흘렀다. 아이가 품은 존재의 온기에 나를 둘러싼 세계, 내가 바라보는 우주의 공기가 바뀌었다. 생은 고통 그 자체이며 무자식이 상팔자라 누가 말했던가. 하지만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은 위대한 신이 바라보시기에도 찬란하고 경이로운 사랑의 시간이지 않을까.
이른 새벽 늑대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환청일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불현듯 폰을 집어들어 서점 어플을 켰다. 검색창에 ‘늑대’ 단어를 치고 화면에 나타난 목록들을 스크롤했다.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이란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책이 눈에 띄었다. 충동적으로 책을 주문했다. 태어나 처음 셰익스피어를 만났을 때처럼 연구하듯 탐독했다. 강렬한 책이었다.
정치, 사회 방면에 예리한 안목을 가진 똑똑한 친구가 직장 내 고압적인 문화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매우 힘들어했다. 위로와 조언의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워 이 책을 빌려주었다. 친구는 책에 띠지를 붙일 곳이 너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같은 숲길을 걷고 또 걸을 정도로 쉴새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고 뜨거워진 가슴을 식혀야 했다.
이듬해 어느날 친구는 보물 같은 카페를 발견했다며 신나있었다. 거기에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다고 자신 있게 카페로 안내했다. 그 곳에 우먼카인드 잡지가 있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오픈 시간에 맞춰 서점을 방문했다. 그 잡지부터 찾았다. 구입하고 나오자마자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 먹는 것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여 읽었다. 인상 깊은 문장들을 읊조리듯 웅얼거리며 부적처럼 내내 품고 다녔다.
임신 전, 임신한 동안, 출산, 양육하는 내내 정기구독하여 발간된 모든 잡지를 정독했다.
따님과 함께 세계명작동화 시리즈를 종종 읽는다. 아기돼지 삼형제, 빨간 모자,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이야기를 보면 하나같이 늑대가 부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야기란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이며, 이야기 속 늑대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며, 이야기꾼은 인간의 악한 모습을 늑대로 빗대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세지를 전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아이에게 설명하고 싶었다.
아이와 전망대에 올라서서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잭 런던의 소설 The Call of the Wild가 떠올랐다. 산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늑대들이 벅을 부르고 벅이 그 울림에 응답한 것처럼 나의 잠든 늑대가 깨어나고 있었다. 아이가 나이 들어가며 그녀 속 늑대가 사라질까 문득 두려워졌다.
“아우~~~.” 늑대 소리를 내었다.
”엄마, 왜 그래?”
“응, 엄마 마음에 늑대의 영혼이 있어서 그래.
저기 숲 속에 있는 늑대 친구들 들으라고 전화하는 거야.
공주님도 엄마 따라 해봐. 아우~~~.”
아이가 웃으며
“아이 참, 엄마는… 아우우~~~.” 아이도 따라서 하울링을 한다.
참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공주님과 늑대는…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별에 함께 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단다.“
“아, 그렇구나.“ 아이가 응답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의 시선에서 엄마의 사상은 이리저리 깎여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순수한 야생성은 심장 깊숙이 단단히 뿌리 내려 그녀의 생애 속에서 두고두고 그 힘을 발휘하며 꿈이 펼쳐질 세상을 함께 살아갈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사랑해, 그리고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엄마의 딸로 태어나주어 고마워.
Always remember, run free, run with your wol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