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
서리가 드리워진 오래된 기와의 선처럼
예술가의 가늘어진 목덜미는
서늘한 이별을 암시하지만
거침없이 물결치듯 건반을 두드리는 강인한 손길은
언제나처럼 관객을 향한 온정을 품고 있다.
새로운 여행을 떠날 순례자가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에 난파된 마음을 뉘어본다.
우주의 무수한 먼지처럼
마음의 바다를 부유하던 언어들이
그의 소리를 타고
소실된 저마다의 의미들과 재회한다.
암흑이던 바다는
먼지로부터 다시 생겨난 각각의 별들로
세례를 받은 어린 소녀의 고운 미사보처럼
새하얗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