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고요한 바다의 꿈
정혜나님의 요나단의 목소리를 읽었다. 여름날 준비 없이 찾아온 소나기 같았다. 온 몸을 연신 두들기는 세찬 비에 소리 없는 울음을 맡긴다.
소나기는 그치고 이내 뜨거운 여름이 다시 찾아 오겠지만 쏟아지는 빗방울에 짙은 슬픔을 맡겼던 기억은 쉬이 사라지지 않겠지.
불의의 사고로 제자를 잃고 생겨난 마음의 작은 구멍은 몇년간 겪었던 역경으로 더욱 커졌고 그 구멍 사이로 눌러두었던 의식의 침전물들이 떠올라 넘실거린다.
이리 저리 부딪히고 출렁거리며 생겨난 포말 속에 고이 살다 햇빛 속으로 날아가주렴.
선우와 주영이가 겪은 슬픔의 바다에 조각난 마음들을 내던지고 의영이의 선한 마음에 지친 영혼을 내려 놓고 잠을 청한다.
외면 당한 세상 속에서 고통 받았음에도 신에게서 고개 돌리지 않은 선우의 마음.
같은 바다에 빠져 지내던 서로를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않았던 선우와 주영이를 보며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차오른 햇살을 품고 한결 따스해진 맑고 고요한 바다의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