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교육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

AI와 교육에 관한 짧은 생각

by 아웃클래스

문제 해결 전문 조력자의 등장

초등학생들 대상의 코딩 강의를 진행하면서 최근 깊은 고민에 빠진 주제가 있다. 바로 ‘AI와 교육’이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초등학생들도 AI 도구를 쉽게 쓰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세대를 불문하고 AI 사용이 대중화되고 있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근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문제 해결 능력의 근본이 되는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인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꼽는데, 이를 위해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이 필요하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문제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어려워질수록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의 양이 많아진다. 문제를 풀기 위해 집중하거나,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리려면 충분한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마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훈련을 하다 보면 사고력도 향상된다. 마치 뇌에도 근육이 생긴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력 운동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근력 운동은 처음에는 그렇게 즐겁지 않다. 오히려 고통스럽다. 몇 년 전 운동을 해보고자 PT를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평생 제대로 운동을 안 하고 살았던 나는 단 하루 하체 훈련을 하고 무려 일주일을 제대로 걸어 다니지 못했다. 그래도 운동의 기간이 1~2달 지나가니, 어느 정도 운동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고, 왜 ‘헬창’이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아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뇌’에도 근육을 붙이려면,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려면 ‘인내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AI의 사용이 너무 쉬워진 것에 대한 우려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어떤 문제에 부딪혀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력 있게 사고하는 데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AI라는 ‘손쉽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조력자’가 생겨버렸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너무도 쉽게 나의 충직한 조력자에게 손이 가기 마련이다. ‘딸깍’ 한 번에 문제 해결이 너무 쉬워진 것이다. AI라는 도구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강력한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학습의 과정에서는 ‘고통을 인내하며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수업 중에는 AI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을 자제시키려고 노력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것을 막을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준 과제를 수강생이 직접 풀었을까, 아니면 AI를 통해 풀었을까?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다. 학교 과제를 할 때 초·중생들조차도 이제는 AI를 사용한다고 하니 이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학교에서도 교수는 AI로 과제를 내고, 학생은 AI로 과제를 푼다는 한탄이 있을 정도이다.


스크린샷 2025-08-12 171018.png 한국경제신문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1145170i


AI라는 증폭기

성인 대상의 강의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강의를 하며 만나는 수강생들 중 ChatGPT와 같은 AI 도구를 안 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문제는 프로그래밍 학습의 기초에서도 역시나 ‘인내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초적인 동작을 이해하고 기초적인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사고력 훈련이 된다. 물론 스스로의 힘으로 그 과정을 해냈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런 성장의 기회를 주기 위해 강의 중에는 의도적으로 AI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지만, 이런 ‘권고’ 수준의 제약이 얼마나 유효할지 개인적으로 확신하기가 어렵다.


한편으로 또 한 가지의 문제가 있다면, 수강생들이 팀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AI를 매우 적극 활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점은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후 수강생들의 프로젝트 결과물들이 그렇지 않았던 시절보다 나아졌다는 점이다. AI 도구의 효능을 이렇게 경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AI라는 강력한 도구가 주어졌으니 너무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도출한 수강생들의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졌는가에 대해 자문해 보면, 물음표가 뜨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훈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머리 싸매고 고민하며 해결해 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부했던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머리 싸매며 해결해 봤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역량을 내가 갖출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AI의 도입이 이런 성장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결과물만 그럴듯하고 수강생들의 실제 역량은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물론 AI활용이 일상화되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AI를 얼마나 잘 쓰냐에 따라 생산성의 차이가 현저해질 것이라는 점도 매우 자명하다. 그러므로 AI를 기술적으로 잘 다루는 학습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AI를 잘 쓰는 것은 그것대로 다른 교육 트랙에 놓고,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문제해결의 능력을 갖추는 것은 또 별개의 트랙으로 두고 훈련의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훈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는 AI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AI는 ‘증폭기’의 역할을 한다고 표현하곤 한다. AI가 그것을 쓰는 사람의 역량을 ‘증폭’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이 말은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역량의 수준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이는 이전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람과 사람 간의 격차가 심해질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사람 그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AI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훈련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된 여러 고민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내가 있는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그렇게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은 AI가 촉발한 변화에 휩쓸려 흘러가는 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기업은 결국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떤 본질에 대한 연구나 고민보다 지금 당장 메리트 있어 보이는 테마를 걸어두고 사람을 모집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와 교육의 본질

초등학생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AI는 우리 삶에 깊이 파고들었고, AI사용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교육이라는 분야는 여전히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화하고 바뀜에 따라 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다. 기술 변화에 대해 제도와 철학이 충분한 뒷받침을 하지 못하면 결국 많은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 지난 역사 속 현실이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AI로 인한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교육이 함께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되돌릴 수 없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교육의 문제는 사람의 미래, 우리 후세대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의 어린이들이나 청소년 세대에 대한 교육이 우리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그 누구도 명확하게 예상하기 힘든 변화가 AI로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폭과 양상이 거대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공교육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공적 영역에서 공익적 목적을 두고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과 사람 간의 격차가 더 심해지거나 AI가 유발하는 변화에 휩쓸려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지도 모른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런 변화가 촉발할 미래의 문제를 아직 우리가 다 알지 못한다. 그래서 교육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합의 위에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수많은 변화를 뚫고 인류는 어떻게든 발전해 왔다. 과연 이번에도 우리에게 당면한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 문제 앞에서 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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