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휴 동안에 2편의 영화를 봤다. 그것도 무려 아침 9시 영화로. 아내와 단둘이 본 것은 아니고 양가 부모님들과 사이좋게 한 편씩 봤다. 2편의 영화는 덕혜옹주와 터널. 덕혜옹주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딱히 좋은 점을 꼽기에도 애매한 영화였다.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싶은 것인지, 한 개인의 불행한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물론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후자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인물 간의 긴장관계나 캐릭터의 반전이 전혀 없는 것도 아쉬웠다. 스토리 진행이 너무 단순해서 '이렇게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
터널은 꽤 재미있는 재난 오락영화였다. 내가 오락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단순히 재난의 참상만을 그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곳곳에 정부의 답답하고 허망한 지점을 드러내 주는 내용들이 나온다. 조금 아쉬운 건, 감독이 의도적으로 노린 부분이었다면 좀 더 극명하게 대비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것. 정부의 무능함과 참담함을 나타내기에는 그 자체도 약하지만 오락적인 요소가 버무려져 키치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쉬움을 잔뜩 이야기했지만 연휴에 영화 한 편을 본다면 터널을 추천한다. 정말로.
- 내가 사는 아파트의 주차 문제는 꽤 심각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주차공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렬 주차를 해대는 양아치들 덕분에 5~6대를 주차할 공간이 못쓰게 돼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X매너 주차를 하는 차량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이 아파트에 이사온지 1년이 다 되어 가다 보니 대략 보인다. 아내와 차를 타고 외출을 할 일이 있을 때마다 목격을 하게 되는데 매번 나는 저런 차에 반드시 응징을 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다음부터 송곳을 준비해야겠다거나, 유리창에 콜라를 부어준다거나 하는 소소한 복수를 꿈꾼다. 내가 자주 분통을 터뜨리자 아내가 차고지 달린 주택으로 이사 가야겠다며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현실은 아마도 10년은 이 아파트에 살게 될 것 같다.
- 며칠 전 길에서 고급 벤츠 차량이 보닛 덮개를 열고 연기를 뿜으며 서있는 걸 봤다. 차 앞에는 소방차가 와있었고 차량의 엔진룸과 그 주변에 하얀색 반액체 형태의 물질이(아마 소화액인 것 같다.) 어지럽게 묻어있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 엔진에 어떤 문제가 생겨 엔진룸에 화재가 발생했던 모양이다. 대략 1억은 족히 넘어가는 고급 차량일 텐데 엔진룸에 불이 나는 경우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새삼 내 차에 대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