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난 후 식탁에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질문을 했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 중에 여성비하적인 내용들이 있었어?'
아내의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있었겠지. 자기도 남자잖아.'
솔직히 말하면 예상과 다른 것은 아니었다. 묻기 전부터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나 또한 이 헬조선의 남자들 중에 하나라는 것. 남성 우월주의적인 환경에서 자라왔고 나도 모르는 사이 그것에 이미 젖어 있다는 것.
아내의 입을 통해서 좀 더 확실하게 듣고 싶었던 것이었나.
최근 트위터에 올라오는 여성비하/혐오를 비롯한 남성과 다른 잣대로 여성을 재단질 하는 모든 내용에 대한 질타들이 많이 올라온다. 주로 내가 팔로잉하고 있는 우리 팀원 2명이 퍼 나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내용들에 대해 '참 문제지' 정도로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계속 그런 내용들을 보고 있자니 차츰 불편하고 거북해졌다. 나는 저런 놈들과는 다른데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이런 내용들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저런 내용이 이상한 게 아니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삐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난 뒤에 아내에게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기존의 지배적인 가치관과 반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지속적으로 스스로 돌아보고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휩쓸려 살게 될 것이다. 정말 아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