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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Sep 12. 2018

가장 최신 디자인 재료,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디자이너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글은 구글 디자인 블로그의 AI is Design’s Latest Material (원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뉴욕 현대 미술관의 시니어 큐레이터이며 디자인과 예술, 기술과 문화의 경계를 해체하고 재정의해온 파올라 안토넬리와의 인터뷰입니다.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사고를 확장하기에 좋은 글이어서 소개해봅니다.




디자인은 우아한 상아탑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우리가 세계와 전반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이하 MoMA) R&D파트 디렉터이자 건축, 디자인 파트의 시니어 큐레이터인 파올라 안토넬리는 디자인이 다양한 분야와 교차해온 방식에 대한 비평가이자 전문가로, 생각을 이끌어내는 전시 기획로 유명하다. 그녀는 20년 넘게 MoMA에서 일하며 패션, 합성생물학, 데이터 시각화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디자인이 타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통섭해왔는지 끊임없이 탐구했다.

2008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Design and the Elastic Mind (링크) 전시에서, 안토넬리는 어떻게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나노 단위부터 천문학적인 크기까지 서로 다른 규모로 세상의 방향을 탐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낼지 연구했다. 그리고 그녀의 가장 최근 전시인 Items:Is Fashion Modern?은 티셔츠, 사리(인도 전통의상), 근사한 블랙 드레스 등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고르는 행위로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에 대해 고찰했다. 여러 전시를 통해 안토넬리는 무지개 깃발, 23개의 디지털 서체 그리고 이모지의 원본 등을 포함해 광범위한 유형, 무형의 작품들을 MoMA의 영구적인 컬렉션으로 소장하도록 이끌었다.

MoMA 컬렉션 - Original Emoji



PAIR(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한 구글의 디자인 리서치)와의 최근 협업 작업인 Artificial Imperfection(인공적인 불완전함)의 일환으로, MoMA R&D 살롱은 인공지능의 다짐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관점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디자인 역사의 흐름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논의하기 위해 안토넬리를 찾아갔다.




Q. “좋은 디자인은 이 세상에 없는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술, 인지과학, 인간의 욕구와 아름다움을 결합하려는 르네상스적 관점”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죠. 인공지능이 좋은 디자인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당연하죠. 그 말을 풀어서 이야기해볼게요. 르네상스적 관점은 예술, 문화처럼 과학과 기술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기술"은 만들어진 사물이 현실에서 기능하게 만들어줍니다. 기술 없이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인지과학은 제품이 인간과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익숙하게 인식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검증해냅니다. 만약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제품이라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죠.

디자인은 존재하고 있는, 혹은 존재하게 될 "필요"에 반응합니다. 정말 쓸데없는 다마고치 같은 제품은 꽤나 흥미롭죠. 사람들은 명백히 삶의 고통을 완화해줄 수 있는 걸 필요로 했고, 다마고치는 그 필요에 부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움"은 역사적으로 계속 바뀌어온 개념입니다. 옛날엔 고전적인 비율과 비례가 아름다움을 의미했지만 (1970-80년대 락 장르가 유행하던)펑크와 (거대한 콘크리트나 철제 블록으로 추하게 여겨지기도 했던 1950-60년대 건축 양식)브루탈리즘, 그리고 Pedro Almodóvar(스페인 출신 감독) 이후에 아름다움은 의도 이전의 것이 되어버렸어요. 아름다움은 커뮤니케이션의 아주 중요한 수단이며 사람들의 소통이자 존중의 표현입니다.

기술과 필요 그리고 아름다움은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지 몰랐던 뭔가를 창조하기 위해 서로 결합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참신하고 기발한 것임과 동시에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이라는 점이 아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어떻게 인공지능이 이것들과 매칭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선언을 떠올려보세요. 인공지능은 하나의 도구이고 이를 고안한, 혹은 사용하는 자의 행동과 사고에 따라 좋게 발현될 수도 있고 나쁘게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점은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를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Q.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양상을 발견하거나 세상이 몰랐던 새로운 것을 제시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요?

A. 저는 인공지능을 도구로 봅니다. 디자이너가 툴을 마스터하면 능력이 확장될 수 있겠죠. 이는 이전의 툴들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많은 인공지능 실험들이 완벽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웹 디자인과 퍼블리싱이 시작됐던 때를 기억하는데요, 당시에 정말 흉물스러운 것들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매번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실험하기 때문에 술에 쩔어있는 것 같은 순간이 존재해요. 그 상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성숙한 가이드라인들이 발달하고 사람들은 비판적인 감각을 키우게 되죠.

Q. 오픈소스 인공지능 툴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UX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그런 일을 이뤄봤던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품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합니다. 툴로 구현하고 넓은 사용자를 만나보는 도전을 이미 겪어본 디자이너들이라면 조언해줄 수 있을 거에요. 프로그램을 조각조각 내야할 수도 있고, 그 소스들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야할 수도 있어요. 전문가와 이야기해보면 그들이 고안한 방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물리적인 디자인 역사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는 UX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을 만한 것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의자나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인공지능 기반의 작업을 한다거나.

A. 당연히 그러면 좋겠죠. UX 디자이너들은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의자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디자인에 기반한 핵심에서 디자인 교육이 시작되어야한다고 믿습니다. 그 후에 그들이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구체화해야합니다. UX디자이너도 의자를 디자인하는 법에 대해 알아야하고, 의자 디자이너도 디지털 디자인, 게임 디자인, 아주 명쾌한 UX 디자인 같은 유형까지도 알아야 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분야에 대해 알수록 더 좋습니다.

사람들이 MoMA와 같은 뮤지엄이 왜 비디오 게임을 소장해야하는지 물었을 때, 저는 개발 코드도 콘크리트나 플라스틱, 대리석 혹은 나무와 같은 선상에 있는 재료로 여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드도 디자이너들이 기능적으로, 시각적으로 목표에 도달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재료 중 하나입니다.

Q.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문화가 인공지능 연구와 발전에서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역할은 무엇일까요?


A. 보통 사람들은 디자인이 세상에 덧붙여진 부가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이게 필요하다고 믿지 않아요. 그저 제품이 완성되면 쓸데없이 장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죠. 예술, 디자인, 문화 없다면 기술은 틀림없이 인류 전체를 아우를 수 없고, 아주 재미없게 밋밋해질 거에요. 디자인은 시각화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디자인은 기술의 힘 혹은 부작용이 어떨지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더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예술과 디자인, 문화는 그냥 삶이에요. 오히려 "삶 없이 어떻게 인공지능이 기능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는 게 더 낫겠습니다.

Q. 인공지능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개발자들이 머신러닝 시스템을 더 쉽게 이해하고 구축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A. 개발자들이 기술적으로는 머신러닝 시스템을 이해할지 몰라도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는 감각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인공지능을 그저 코딩으로 볼지 모르겠지만 그냥 기술이 아니라 이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저는 디자인이 모든 혁신을 위한 효소라고 믿습니다. 디자이너들은 개발팀과 함께하면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세상의 한 부분으로 현실에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Q. 디자이너, 의사, 기술자, 농부, 음악가 혹은 더 다양한 전문 분야를 인공지능이 어떻게 증폭시킬 수 있을까요?


A. 증폭시킨다는 게 딱 맞는 말이네요. 저는 인공지능이 모든 전문 분야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증폭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인공지능은 그런 전문 분야들을 더 전문화하고, 세분화하고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이 해오던 것의 연장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더 빠르게, 더 복잡한 시스템을 고려하고 더 많은 변수들을 측정할 수 있겠죠.

의사를 예로 들면, 선례들로 분류되고 측정되어온 증상들이 모든 의사의 머릿 속에 있지는 않을테니, 그럴 때 인공지능이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병명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겁니다.

질문을 바꿔서 "인공지능이 도울 수 없는 전문 분야가 있을까요?" 교통 정리하는 경찰관..? 저는 여기에 답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사실 인공지능 시스템이 모든 신호등에 연결되어있다고 가정하면 경찰에게도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제빵사를 생각해보면, 빵집에 인공지능이 들어갈 여지가 있을까요? 아니면 인공지능이 미각을 가질 수도 있을까요? 아무도 모르겠죠.

저는 아직 아무런 한계를 보지 못했어요. 저는 인공지능이 (그렇다면 참 좋겠지만) 모든 전문 분야에 뿌려질 수 있는 유연한 양념이라 봅니다. 사용되지 않을 걸 찾는 게 더 어려워요.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의도치 않는 결과나 위험해질 수 있는 방향을 항상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삶에 적용될 새로운 차원에 대한 인지와 우려에서 나온 니즈, 법제화되어야할 규칙들과 윤리에 기반에 인공지능에 반드시 들어가야할 사항과 그 균형에 대한 주요 사항들이 이미 논의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인간의 행동을 묘사하고 가이드하며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보고 다른 전문가들을 서포트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Q.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은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이들을 덜 추상적으로 만드려면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A.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아주 추상적이고 두려운 개념들을 평범하고 친근하게 만드는 걸 볼 때마다 참 매력적이라고 느껴져요. 그들이 가장 유용한 지점이 될 수 있겠죠. 예술가와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이 우리와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외계인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아주 단순해요. 내적으로는 복잡할지 몰라도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더 나아지게 하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인공지능은 동화도 아니고 괴물은 더더욱 아니에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인공지능을 우리의 삶에 녹아드는 귀여운 반려동물로,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하는 것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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