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들로부터 배운 일상의 기술
스타트업을 떠나 대기업에 온지 4개월 차가 되었다. 그래도 생각의 구조는 여전히 스타트업에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고, 요즘도 종종 전 회사의 대표님들과 동료 분들을 만나다보니 조금 그리워지기도 한다. 스타트업 대표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그동안 했던 외주를 돌이켜봤을 때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님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받아왔다. 그래서 그동안 대표님들의 공통점으로부터 배운 점을 갈무리해본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특징인 것 같다. 대표님은 유독 아는 사람이 많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거기 내 학교 선배가 만든 레스토랑인데! 그거 내 지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인데! 그 회사 대표 내 친구인데! 놀랍게도 다 대표님 지인이다. 아무리 여섯 다리 건너면 지구촌 사람들 모두와 연결된다지만 대표님에겐 다른 차원의 인맥이 존재하는 듯했다.
전 회사 대표님은 없는 시간 쪼개가며 온갖 워크샵, 세미나, 모임에 나가셨고 강연도 하시고, 비지니스 외적으로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고 다니셨다. 자연스럽게 내가 만난 대표님들 대부분이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분들, 스스럼없이 처음 보는 타인과 말을 잘 섞는 성향이 대다수였고 언제나 첫 인상은 긍정적이며 열정 가득한 사업가의 모습이었다. 어릴 땐 깊게 사귈 수 있는 친구들만 있으면 됐다고 생각해서 얕고 넓은 인맥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사람 많이 아는 것도 큰 재능이고 재산이더라. 인간의 본성이 나약한지라 조금이라도 닿았던 연이 편안함을 주게되고, 그러면 부탁도 더 쉽게 할 수 있으니까.
대표님은 사람도 많이 알았지만 소개도 참 많이 했다. 어디어디에 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하다는데, 하면 바로 아는 사람 연락해서 찾아주고 소개해주며 본인의 인맥 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촘촘하게 엮어냈다. 누군가를 소개한다는 것은 자신을 소개하는 것과 다름 없다. 좋은 사람을 소개하면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기 마련. 소개 만으로도 고마운 일이고, 만약 소개한 사람과 일이 잘 진행된다면 더 큰 신뢰가 쌓인다. 하지만 소개 자체를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사람을 소개할 때마다 서로 안 맞을까봐, 상대가 별로일까봐 전전긍긍하곤 했는데 연결 그 자체까지가 나의 의도일 뿐 그 이후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될 듯하다.
대표는 결정권자다. 스타트업이 자유롭고 모두가 함께 자율적인 책임을 누린다지만 회사 대표의 이름은 남다른 무게를 지니기 마련이다. 전회사 대표님은 대표의 역할이 저질러진 일들을 책임지는 것이니 마음껏 저지르라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심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말만 그렇게 하셨다고 해도 일하는 직원의 입장으로써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좀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당시에 대표님은 졸업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학교 후배들을 챙기곤 했다. 어린 세대들의 트렌드와 문화 습득에도 도움이 됐겠지만 꾸준히 관심가지고 챙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보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얻는 것도 좋지만 내가 얻은 만큼 다시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의미가 큰 것 같다.
3년 전에 함께 했던 U회사는 지역 기반으로 장사하는 곳이었는데, 대표님은 매일 아침 동네 한바퀴 걸으면서 모든 가게의 사장님들께 인사를 건냈다. 지역 상권을 함께 공유하는 분들이자 잠재고객이고, 언제 어떻게 도와주실지 모를 분들이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신 셈이다. 인사 많이 한다고 닳는 거 아니라고 넘치게 인사하고 다니시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나는 인사성이 엄청 밝은 편이 아니었는데 종종 그 생각을 하며 모르는 사람이어도 밝게 인사해보려고 애쓴다. 네트워킹하며 아주 잠깐 본 사람임에도 굳이 '오늘 어디서 만났던 누구인데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간단하게 한 줄이라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일의 시작은 인사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확실히 인사해서 안 좋았던 적은 없다. 어떤 대표님은 지인들한테 연락하는 시간을 따로 빼놓고 연락을 쫙 돌리기도 했다. 안부 묻는 것도 나중엔 일이다 보니 따로 그 시간을 할애하는 노력까지 하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직원 뿐만 아니라 협력사나 거래처 사장님들께 손편지를 써서 전해드리던 때다. 발주처 중 하나였을 뿐인데 연말에 꼭 손편지를 써서 직접 갖다드렸다. 이 또한 돈 드는 일도 아니건만 너무나도 정성이 느껴지는 행동이었고, 사장님들과의 신뢰도 더더욱 깊어졌다. 공교롭게도 디지털 마케팅을 하던 전 회사에서도 마케터님이 파트너들에게 손편지를 썼는데 그 때도 받는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자신을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았고, 꽤나 효과적이었다. 나도 손편지까진 아니지만 가끔 몸서리치게 감사한 일이 생길 때 장문 카톡을 보낸다. 모든 것이 연결된 디지털 세계임에도 역설적으로 진심을 전할 일이 더 줄어들고, 민망하다고 느낀다. 감사함을 전하는 것에도 큰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더라. 그래서 고마울 때 고맙다고 진솔하게 전할 줄 아는 사람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회사라면 어느 정도 정해진 방향이 있겠지만 스타트업은 생존에 급급하다. 그렇기에 주변 상황, 트렌드, 시장 변화를 확인하며 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대표의 주된 역할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귀찮은 직원이었을 것 같은데, 나는 주어진 일을 빨리 해치워야하는 성질 급한 사람이라 빨리 처리한 다음 '저 이제 뭐해요?'를 계속 물어보곤 했다. 처음엔 그 때 그 때 대표님이 알려주시다가 나중에 따로 불러서 이번 달, 올해, 3년 후의 큰 로드맵을 알려주셨고, 나는 그에 맞춰 나의 할 일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어린 나를 과하게 믿고 맡겨주신 대표님의 의지도 한 몫했다.
남들이 들으면 과하게 진지할 수 있는 회사의 비전을 논리적으로 잘 제시하시는데, 매번 들을 때마다 홀려서 듣곤 했다. 이미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구현되었을 때의 시점까지 수도 없이 그려보신 게 분명했다. 타인을 매료시키는 비전. 그건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만나뵀던 대표님들 모두 출신, 배경이 다양했지만 한 우물만 팠거나 처음부터 경영자로 성장해온 분을 본 일은 드물었다. 겪을 수 있는 삶의 방식들을 정말 다채롭게 경험해본 분들이었기에 더 멀리 구체적으로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비전이 너무 크다보니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잘 짜여지지 않거나, 추진이 잘 안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을 전 세계로 넓히고 싶다고 해도 일단 내 앞에 닥쳐있는 우리 동네, 우리 도시, 우리나라부터 차근차근 실행해야 뭐가 되던지 말던지 할 텐데 이미 대표님은 먼 미래에 커져있을 우리 회사를 생각하다보니 가끔 괴리가 느껴질 때가 있었다. 대표님들 중엔 아예 조직 생활을 안해보신 분도 있고, 회사 운영에 신경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보니 정작 실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의 상황과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로운 소통으로 어느 정도 극복되긴 했다. 혼자 프리랜서 생활을 할 땐 나도 모르게 대표 마인드가 되서 급한 성미를 못 이기고 스트레스를 받곤 했고, 되려 대표인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이입해 온갖 것에 신경을 쏟기도 했다. 이를테면 디자인 자체만 해도 부족한 시간에 클라이언트가 처한 비지니스적 상황을 너무 많이 고려하다보니 디자인에 몰두하지 못하고 속도도 더뎠던 것이다. 그냥 오지랖 넓게 모든 것에 주목했던 게 내 성향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디자인 공부를 더 하고 싶어진다.
대표님들은 관심사가 정말 넓다. 아는 사람이 많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테고 새로운 정보들도 빠르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반인들보다 훨씬 관심사가 넓을 수 밖에. 이를테면 비트코인 대란 전, 나는 정말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에 1도 관심이 없었지만 대표님은 가상화폐가 유행이기 훨씬 전부터 큰 관심을 보였다. 일반적인 디지털 마케팅 회사여서 솔직히 어떤 식으로 블록체인과 연관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가늠하지 못했지만 대표님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마케팅이 어떻게 시너지가 날지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계셨다. 아는 분야도, 지식도 방대하다보니 분야 간의 융합과 통섭을 자유자재로 해내고 있었고, 앞서 이야기했듯 인맥이 넓다보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변인들에게 바로바로 물어보시더라. 구체적으로 상상해놓은 방향이 있다면 전문적인 피드백도 쉽게 받을 수 있고. 여러모로 많이 알고 많이 듣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수월하게 알 수 있다. 인맥과 마찬가지로 정보가 많을수록 삶이 편리해진다는 것도 다시금 느꼈던 순간이다.
반면 관심사가 넓다보니 냄비처럼 금방 식어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에게 주어진 A라는 일이 있고, 나는 그 일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느라 바쁘다면 대표님은 이미 그 다음 스테이지를 너무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게 이뤄진 이후의 모습까지 계획하다보니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좋게 말해 먼발치에서 객관적으로 현재를 관조하고 미래를 그려보는 거겠지만 대표님과 얘기하다보면 앞으로 폭풍처럼 몰아칠 과제들에 압도되어 지치기도 했다. 어릴 땐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업무를 하다보니 대표님 붙잡고 제발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끝내고 싶다고 엉엉 운 적도 있었다ㅋㅋㅋ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구상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산발적으로 아이디어가 마구 발산되기 때문에 수렴이 잘 안되기도 한다.
대표들은 관심사가 많다보니 정보 습득력이나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각종 컨퍼런스, 워크샵, 정부지원 교육과정이나 지원 프로그램, 데이터 분석 등 트렌디한 분야까지 섭렵하는데, 무슨 헤르미온느도 아니고 같은 24시간을 쓰는 게 맞나 싶었다. 여태까지 일해봤던 스타트업들에서 왠만하면 경영, 재무, 인사 뿐 아니라 디자인, 개발, 기획, 마케팅까지 세밀하게 전문적인 지식까지 알고 계셨고, 나이가 꽤 있는 분들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학습의지가 강했다.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배우려는 노력도 너무나 본받고 싶은 모습이었다. 애초에 남들보다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굉장히 잘 되고, 학습 속도도 빠른 분들... 나는 일하기도 바쁜데 대표님은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며 빽빽하게 일과를 채우셨다.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가 잘되고 있고, 더 잘 될거고, 점점 커지는 시장이며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유니콘을 향해 달려간다는 이야기를 팔기 위해서는 말을 기깔나게 잘해야한다. 전엔 일만 잘하면 됐지 싶었지만 지금은 소리치며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다. 흥미롭게 의미있는 스토리를 전달하지 않으면 직원들, 투자자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알아주지 않더라. 전회사를 그만둘 뻔한 여러 고비를 넘겼던 것도 확신에 차서 아름다운 꿈과 비전을 설명하시던 모습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그 때와 방향이 달라졌지만, 진정성 느껴지게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러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그래.. 그 땐 같은 꿈을 꿨었지... 몇몇 대표님은 사람들 만나서 회사 소개를 하는데, 같은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질릴 때까지 하면서 더 나은 회사 소개 멘트를 설계했다. 옆에서 들어도 지난 번보다 더 엄청나게 말끔히 포장된 게 느껴질 정도로. 역시 모든 것은 연습이 답이다.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다.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시작할 땐 아무 것도 없을 때가 많으니까. 당시엔 개발자와 마케터를 구하는 게 정말 어려워서 여러 사람 만나고 면접도 수도 없이 봤는데 결국엔 대표님이 삼고초려했던 분들이 함께 하게 됐다. 안될 것 같다고 말해도 얼굴 볼 때마다 자리 비워뒀다, 기다리고 있다며 넉살좋게 능글능글 영업하는 그 자연스러움이란ㅋㅋ 나도 클라이언트들한테 같이 합류하라고 여러 번 들어봤지만 대표가 그렇게 말하면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보게되고, 내가 안 된다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다른 사람이 혹시 있나 찾아보게되더라. 스타트업 운영에 있어서 똑똑한 대표님도 필수적이지만 인간적인 대표, 반복적으로 될 때까지 문을 두드리는 대표가 성공하는 것 같다.
한 때 경영을 공부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학부 시절 경영학과 기초 과목 중 하나인 경영학개론을 들었는데 솔직히 돈에 대한 이야기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재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렇다. 회사를 굴리는 것도,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도 모두 돈이 필요한 일이었다. 뭐 대단한 기업가 정신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가 해내기엔 쉽지 않겠다 싶어 C+로 한학기를 마감하게 됐는데, 회사에 와서 보니 돈이 될만한 일을 생각해내고, 돈을 조달하는 게 대표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을 느꼈다. 직원들 안정적으로 월급 주고 사무실 유지하는데만해도 꽤나 큰 돈이 드니까. 어릴 땐 막연하게 돈만 생각하는 게 속물적이라고 여겼는데,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 없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보니 돈을 잘 챙기는 게 속물적인 게 아니라 현명한 것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회사 뿐만 아니라 개인의 꿈도 마찬가지다. 예쁜 옷을 입고 싶고, 가족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고, 나의 공간도 마련하고 싶고, 공부도 더 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들, 그 모든 꿈에는 비용이 따른다. 회사 다니면서 돈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돈 뿐만 아니라 타이밍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20대 초반엔 일할 때 줄곧 디자인적 완성도를 따졌고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한을 넘긴 적도 많았는데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할 때는 완성도가 아니라 특정 시간에 디자인을 해서 홍보했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했다. 이를테면 빼빼로데이, 발렌타인 데이, 개강, 벚꽃시즌, 추석, 크리스마스 등 시즈널한 이벤트들에 맞춰 해내는 것, 경쟁사보다 빠르게 혹은 경쟁사에 대한 대응을 바로 하는 게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타이밍만 맞추고 디자인 퀄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좀 문제지만ㅎㅎ...
대부분의 대표님들이 밤에 잠을 못 잔다. 회사에 무슨 일 생길까 우환이 깊어서, 일이 그냥 많아서 그렇기도 하고 애초에 잠이 적은 편인 것 같기도 했다. 내가 하도 야행성이라 작업을 밤에 하다보니 새벽 두세시에 대표님께 연락드린 일이 잦았는데 그 때마다 항상 깨어있기 일쑤였고, 전에 다녔던 W회사에서는 일반 직원들이 할 일도 대표님이 줄곧 맡으시면서 주7일 회사에 나오기도 하셨다. 본인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대표님도 계셔서 일을 잘 안 시키는 분도 계셨고. 이 글을 보신다면 제발 쉬세요 제발...! 병이라도 나야 컴퓨터 강제종료하듯 일에 대한 집착을 꺼버릴 수 있었다. 예전에 나는 일로 자아실현을 하고, 업무수행을 통한 성취감에서 자존감을 채우곤 했는데, 오히려 그런 대표님들을 보며 번아웃되기 전에 쉴 때 쉬어야겠다고 느꼈다. 동료를 믿고 적절하게 일도 분배하고, 못하겠는 일은 도와달라고 하고, 일이 과중된다 싶으면 쉬고 싶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한정적이다.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늘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온갖 비용을 마다하지 않는 대표님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예전엔 퀵 부르는 돈이나 택시비가 너무너무 아까웠는데 돈이 곧 시간이라 돈 쓰면 몸 편하게 빠르게 일 처리가 가능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작은 돈 아끼겠다고 몸이 고생하면 그만큼의 에너지가 낭비된다. 그 외에도 입금이나 전화, 자료 정리 등 노가다성의 단순업무들은 한 번에 묶어서 루틴화하고, 핸드폰으로 왠만한 업무를 다 처리하거나 동시에 비슷한 일들을 수행하는 등 시간관리, 업무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노력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8가지 모두 누구나 아는 당연한 내용일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놓치기 쉬운 것들이다. 시간, 돈, 사람, 관계, 배려 - 모두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것들. 기본에 충실했을 때 회사도 사람도 오래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운 좋게 좋은 회사들에서 좋은 대표님들과 동료 분들을 만나서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