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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Dec 01. 2018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임

DODO를 시작하다

두두는 미루고 미루던 개인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한 10시간짜리 해커톤입니다. 개인 블로그, 사이드 프로젝트, 외주 작업, 스터디 등 바쁜 일상에 치여 미루던 일들은 누구나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3월부터 지금까지 총 7회를 진행했고, 학생부터 직장인,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등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 140여 명 참여했습니다.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처음이라 두두의 1년을 회고해보려합니다.

DODO의 1년






미루고 미루다 못 끝낸 것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미약했다. 친구들과 미뤄왔던 비핸스 포트폴리오 정리를 하려고 밤샘 작업을 했던 것. 전 회사 동료 분과 디자이너 친구,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밤새며 학생 시절 야작하는 것처럼 개인작업을 했는데, 혼자할 땐 흐지부지 끝나던 것이 같이 밤새서 하니 단번에 끝내졌다. 중간에 야식도 먹고 산책도 하고 각자 어디까지 했는지 졸릴 때마다 들여다보고. 비핸스에 프로젝트 하나를 정리해서 올린 후 뿌듯하게 새벽을 맞았다. 사실 회사 다니면서 꾸준히 개인 작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집에 있으면 그냥 누워서 넷플릭스나 보고싶어지는 것이 나약한 회사원의 마음. 여러 명이 모여서 헛소리라도 나누면서 작업하니까 잠이 좀 덜 오더라.


그 후에 알음알음 지인들을 초대해 밤을 새게 됐는데, 각자 하는 개인작업을 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해주며 같이 야식 먹는 반나절이 즐겁고 재밌었다. 운영진은 전 회사 동료 분들과 나까지 총 4명으로, 각자 아는 사람을 데려오다보니 디자인, 개발, 마케팅, 기획까지 다양한 분들의 신선한 작업들을 볼 수 있어 자극도 되고 영감도 얻을 수 있었다. 3회 때부터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나름 로고와 포스터도 만들었고 공개적으로 참가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모을 때 그 시작이 거창할 필요 없다는 것을 느꼈던 계기이다. 잘 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딱 그 마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채로.


디자인 욕심

제대로 두두를 홍보해보려고 하니까 디자인을 하게됐다. 3, 4회 때 두두 포스터를 한 시간 정도 들여서 만들어봤고, 카우앤독에서 두두를 할 수 있게 되자 디자인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두는 Do what you want to Do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하는 모호한 모임이기도 하다. 뭘 하던 상관없고, 어떤 사람이 오던 상관없었다. 그래서 자유롭게 늘어나고 줄어드는 플렉서블한 형태가 어울릴 것 같아 다소 뚱뚱한 로고 타입이 나오게 됐다. 4개의 컬러를 키컬러로 사용하고 있고, 디자인 아웃풋은 키노트와 포스터, 이름표, SNS 채널 포스팅 등이 있다.

부담없이 캐주얼한 모임을 지향했기 때문에 디자인에도 큰 시간을 쏟으면 안될 것 같았다. 열심히 만들어버리면 두두의 정체성에 반하는 것 같다는 이상한 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쨍한 컬러, 과감한 베리에이션을 해보고 싶어서 로고타입을 해체하고 반복하고 쪼개고 나열해봤는데 아직은 좀 더 디벨롭이 필요한 상황.


두두 키노트 커버


사람에서 얻는 에너지

나는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과 10시간 동안 본인 하고 싶은 일하며 밤새는 것에서 의문의 에너지를 얻게 됐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있는 사람들, 그걸 밤새서라도 끝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느낄 때마다 회사 일에 치여 아무 것도 안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조용하게 진행되는데 각자의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난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을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몰입에서 주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두두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시는 분들, 취업 준비하는 학생 디자이너, 외주 작업 하러 오시는 분, 사이드 프로젝트로 자신만의 앱을 만드시는 분들, 개발 스터디 하러 온 분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신다. 10시간 동안 외장하드 정리하셨던 분도 있고, 하루 종일 책만 읽다 가신 분도 있고, 못다한 회사 일을 끝내거나 밀린 외주, 과제 등을 처리하는 분들도 있다. 미디어 아트, 프론트 엔드, 백엔드, 마케팅 데이터 분석, UI 디자인, 브랜딩, 일러스트까지 진짜 다양했다. 지인 기반으로 시작했는데 처음 보는 분들이 두두를 알고 참가 신청을 했다는 것 자체에서 보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디서 어떻게 알고 오셨을까!


뿐만 아니라 누적 140명이 넘어가게 되니 다른 운영진 분들께 더 의지하게 됐다. 금요일에 퇴근 후 10시간을 밤새는 모임을 진행하는 데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정말 나 혼자였다면 중간에 그만뒀을지도 모를 그런 행사이기 때문이다. 함께 아이디어 내고 운영하고, 방향을 결정해나가는 두두 운영진에게 언제나 미안하고 감사하다. 두두 내적으로 외적으로 사람 자체가 원동력이자 이유가 된다.



적당한 네트워킹과 시행착오

처음엔 각자 작업하려고 모였으니 각자의 작업시간을 오롯이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거면 친구랑 카페가서 작업하지 - 하는 반응도 있었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너무 교류가 없나 싶은 마음도 들어 두두 피드백과 사전 설문을 받아봤다.


네트워킹을 하고 싶어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개발/디자인 피드백이나 스터디, 짧은 세미나 등에 대한 수요도 있었다. 모두의 니즈를 맞출 수는 없는 게 현실. 어떻게 하면 작업 시간을 보장하면서 서로의 작업을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그리고 이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은 두두를 시작하면서 간단하게 두두를 소개하고, 서로 이름과 서로 할 일을 라벨지에 적어 옷에 붙이고 소개하고 있다. 이름표를 두두의 아이덴티티로 가져가고 싶기도 하다. 펜으로 적는 순간 진짜 TO DO LIST가 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끝나기 한 시간 전에는 각자의 자리를 돌아다니며 어느 정도 했는지 공유하는데, 이게 제일 미흡한 부분 중 하나다. 30여 명이 자신이 8시간 동안 한 일을 공유하려면 너무 길어도, 짧아도 어색한 기분. 매회마다 조금씩의 변화를 주고 있긴 하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고 있고 어떨 땐 너무 짧게 공유해서 아쉽고, 어떨 땐 너무 길어져서 지루해지기도 하고 - 매번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두두 이름표 / 두두의 마지막엔 한 곳에 모아본다.


두두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된 개념은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였다. 이런 역할이 있는지 두두를 하며 처음 알았다. 퍼실리테이터는 회의 또는 워크숍과 같이 여러 사람이 일정한 목적를 가지고 함께 일을 할 때 효과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도록 일의 과정을 설계하고 참여를 유도하여 질 높은 결과물 만들어내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처음엔 같은 결과물을 내는 것은 아니어서 굳이 이런 게 필요한가 싶었다. 하지만 같은 목적으로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다보니 정말 필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두의 운영진 모두 디자이너와 개발자다. 기획된 것을 구체화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 커뮤니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만을 전문적으로 해본 적이 없어 약간 헤매는 중이다. 그래도 매회 실수하고 배우고, 다음 두두 때 그 실수를 만회하려는 노력을 잊지 않고 해내고 있다.



재밌자고 시작했는데

처음엔 '해커톤'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았다. 자발적 밤샘 모임 정도로 정의하고 싶었는데, 3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10시간 동안 빌리려면 두두의 목적과 방향성, 그 공간에 줄 수 있는 가치를 정의해야만 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정의내리지 못했다. 처음엔 한 개발자 모임에서 만든 작은 공간에서 1, 2회를 진행했는데 그 공간이 없어지면서 3, 4회를 위워크에서 진행하게 됐다. 그 다음엔 인원이 점점 늘어나 Seeso의 지원을 받으며 카우앤독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안정적으로 5, 6, 7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사용할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였다.


그 다음은 참가비나 운영방식의 문제가 있다. 보통은,

다음 두두 계획

운영진 회의

포스터 제작

온라인 홍보

안내 메일 발송

두두 당일에 참가자 확인 및 두두 진행

피드백과 회고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데 매번 노쇼 혹은 취소하는 분이 생기기도 하고, 운영진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업무를 하는 것이다보니 업무 분장이 잘 안될 때도 있었고, 참가비가 보통 만원인데 행사하고나면 천원 정도 남는다거나(ㅋㅋㅋㅋㅋ) 돈에 쪼들리는 상황도 나왔다. 재밌자고 시작했는데 어쨌든 이것도 나름의 일이 된 것이다. 오늘 두두 운영진 회의를 하며 각 프로세스와 운영방식을 정리해나가기로 결정했다. 운영진 넷이서 새로 스타트업을 하나 차린 것 같은 느낌.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참가자 한 명 한 명이 정말 의미있는 경험을 하고 갔는지를 기준으로 생각하다보니 계속 욕심도 부리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만큼 끝내고 가는 캐주얼한 행사로 시작했지만 내년엔 어떻게 진행할지, 어떻게 해야 더 재밌고 유익한 10시간이 될지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우면서도 한 편으론 힘겹기도 하다. 실험의 연속이다.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

하지만 결국엔 DODO의 슬로건처럼, 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좀 더 두두의 아이덴티티와 메시지를 다듬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은 그냥 하고싶은 거 하는 모임 그 자체라 사람들한테 설명할 때도 두루뭉술하다. 하고 싶은 일... 현대 사회에서 가장 모순된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하고 싶은 일로 원하는 만큼 돈을 벌거나 만족하는 삶을 누리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일과 삶을 분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주체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두두에 오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해서 하는 사람들을 보며 뭔가 '하고싶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치열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것. 나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운영진끼리 계속 테스트해보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인원이 많아질수록 야식타임에 네트워킹하기가 힘들어지는데, 아예 4개의 컬러로 이름표를 만들어 깔별로 테이블을 분리해 야식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각자 한 일을 공유한 후 다함께 찍는 단체 사진이나, 두두 참가자들이 함께 만드는 플레이리스트, 가끔 돌리는 두두 설문지, 두두 홈페이지나 참가신청 방식 등 모두 운영진들이 자발적으로 낸 아이디어가 실행된 것이다.

두두 홈페이지


작지만 스타트업의 자유로움과 Lean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나아가고 싶다. 내년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지만 망한다고 해서 잃을 것도 없으니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달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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