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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PF 하이프 Mar 21. 2023

웹소설 10,000편 이상 읽고 나서 느낀 두려움

얻기 쉬운 쾌락에 빠져서 현실과 멀어지는 법

세줄 요약

1. 앞으로 인간은 억지로 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2. 그렇다면 쉽게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비현실로 빠져들 것이다.

3. 인간은 생산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나는 웹소설 중독자다.


네이버 시리즈에 과금한 내역을 정리한 것


 나는 웹소설 중독자였다. 한창 웹소설을 많이 보던 18~19년도에는 네이버 시리즈에 100만 원 넘게 과금했다. 보통 100원짜리 '쿠키' 하나에 웹소설 한 편이니까 단순 계산으로 10,000편을 넘게 봤다. 당시에는 학생이라 과금을 최대한 참았고, 네이버 측에서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한 프로모션으로 200편도 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계산에 포함하면 10,000편은 훨씬 넘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생존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은 웹소설을 읽는 데에 사용했다. 주로 판타지와 무협 소설을 읽었는데, 많이 읽어본 사람은 알듯이 명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똑같은 시나리오와 클리셰 범벅이다. '아~ 또 이런 스토리야? 뻔하다. 노잼이네'라고 생각하면서도 시선은 핸드폰에서 뗄 수 없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오락에 약하고, 손쉽게 얻게 된 도파민의 늪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조차 없다. 나아가서 더 무서운 점은 내가 늪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위하듯이 오락을 즐기게 된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삶은 너무 어려우니까 오락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가벼운 쾌락만 추구하게 된다. 생산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나와는 다르게 앞으로 쭉쭉 나아가며 멀어지고, 벌어진 차이는 따라잡을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변한다. 이런 딜레마가 나를 점점 비현실 속 세계로 이끌어갔다.



'ChatGPT가 도와준 리포트가 A+를 받는다고?'


 인공지능에 대한 엄청난 발전을 피부로 느낀 일이 있었다. Chat GPT에게 기말고사 리포트의 작성을 부탁했는데, 논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할지 가이드까지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고작 한 줄짜리의 문제에 담긴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했는데 인공지능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해결까지 해준다. 물론 내가 느끼기에는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라 거의 내용을 고쳐서 작성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놀랐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은 정말로 육체적인 생존에 필요한 일들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이미 많은 부분이 인간의 손길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지금까지 생존을 위해 할애했던 많은 시간을 본인을 위해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노예제도가 존재하던 시절에 노예가 모든 일을 해주고, 자본가 혹은 귀족이 본인을 위해서 시간을 사용했던 것과 유사하게 모든 인간이 그런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지금은 우선 생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헤매며 돈을 벌고, 소비하며, 다시금 일에 몰두하는 생활을 이어나간다. 지금은 생산적인 사람들과 격차가 벌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억지로라도 현실을 살지만, 기술이 인간의 생존을 보장해 준다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세상이 도래한다면 나는 어렵게 벗어난 비현실의 늪으로 다시 빠지지 않을까 싶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으로 극도로 발전한 가상현실 세계를 다룬다. 출처 - Youtube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크게 아이돌, 영화, 드라마, 웹소설과 웹툰 등과 같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 환상을 심어주는 오락의 일종이라고 본다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더욱 흥할 수 밖에 없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하면 할수록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비현실의 영역을 현실(이라고 느껴지는)의 영역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실제 현실에서 육체적 생존이 보장이 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쾌락과 즐거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비현실의 영역으로 빠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둥바둥 현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카카오엔터나 네이버에서 메타버스 기술에 대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술에 굴복한 노예로 살 것이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깨닫고 현실에서 생산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살 것이냐


 나는 정말 무섭다. 현시대의 인간은 어느 정도 생산적인 삶을 추구한다. 누워서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맥주에 초코송이(My최애 안주)를 집어먹는 삶도 분명히 행복하지만 매일매일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생산적인 삶에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이 고도화된 세상에서 비현실을 현실로 느끼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현실에서 생산적인 삶에 갈증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가치를 얻을 수 있을 때 느끼는 삶의 의미가 점점 환상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메타버스에서 경제활동까지 가능하다면 더 쉬운 난이도로 현실을 살아간다고 느끼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기술이 고도화된 세상에서 생산적인 일을 기계가 차지한다면, 인간은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에서 '하고 싶은 일'의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 그저 수동적으로 일을 해도 문제가 없던 세상에서 이제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통해서 생산적인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상당한 훈련을 요하는 일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와 높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엔터 산업의 대척점에 자아실현 산업을 만들어 내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도전해 볼 만한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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