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은, 느낌과 알아차림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것은 그 대상의 내재적 통일성, 그러한 형상을 빚어내는 원리로서의 패턴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들뢰즈의 지적대로, <<시간>>에 대해 논할 때 거듭 지목되는 여러 표상들은 이 소설의 근본 구조를 이루는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패턴에서 뻗어나온 줄기들, 새 가지를 틔워내는 마디들, 생장하는 패턴의 말단에 맺힌 이슬들이다.
이런 개별적 파편들 가운데서 답을 찾으려 한다면 독자는 이 놀라운 감수성의 세계, 광활한 느낌의 바다를 영원히 떠돌게 될 것이다. ‘마르셀’이 오랫동안, 거의 평생을, 감각의 세계에서 길을 찾으려 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각성의 세계로 나아가는 데 실패하게 될 것이다. 감수성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들에 체계를 부여하는 것은 인식이다. 독서는 느낌에서 알아차림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그것은 중력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높이뛰기처럼 연습을 필요로 한다.
들뢰즈는 이 과정을 ‘배움’으로 규정한다. <<시간>>은 “한 작가의 배움의 과정의 이야기”이고, 이때 배움이란 기호(sign)의 해석을 습득하는 것이다. 화자의 기억으로부터 소환되는 추억들과 이미지들은 “배움의 원료들”이다.” pp114-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