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법

노인혐오를 경계하면서 품위를 지키는 연습에 대하여

by 레퍼런스

요즘 사회엔 노인 혐오가 흔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비가 붙으면 “또 노인 진상이다”라는 반응이 쉽게 튀어나온다. 나 역시 이런 현상을 경계하는 편이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집단 전체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의 미래를 부정하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지하철 새치기, 무리한 항의, 고성 대화. 이런 장면들의 많은 부분이 노인에게서 나오는 걸 보다 보면, 마음 한쪽이 굳어버린다. 어느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옆자리에서 남성 노인 몇 분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는 전혀 시비나 불쾌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목소리가 유난히 거슬렸다. 쇳소리 같은, 목이 쉰 듯한, 노화의 흔적이 묻은 소리. 그건 생리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음색임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피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나이 들어서 저런 목소리로 인식되고 싶지 않다.’


이건 내 안의 감각적 불편을 인식하는 일종의 자의식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젊음을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지에만 혈안이 되어있고, 늙음이 불러오는 감각적 변화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는 젊음의 미학으로 짜여 있고, ‘늙은 목소리’, ‘느린 몸짓’ 같은 것을 자연스러운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언어가 부족하다. 그래서 노인의 목소리는 ‘시끄럽고 듣기 싫은 소리’로, 느린 몸은 ‘민폐’로 해석되기 쉽다. 이런 환경 속에서 불편을 느끼는 건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젊음을 기준으로 설계된 사회가 만든 반응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불편함을 자각한 이상, 나 스스로의 노년을 대비하고 싶다. 단지 ‘조용한 노인’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편안한 사람으로 늙고 싶다. 늙음은 피할 수 없지만, 늙어가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목소리 하나, 태도 하나에도 품격이 묻어난다. 나이 들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면 몇 가지는 지금부터 의식해야 한다.


첫째, 목소리의 크기를 조율하는 습관이다. 성대 근육은 나이 들수록 약해지고, 귀는 둔해진다. 그래서 본인은 인식하지 못한 채 점점 큰 소리로 말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커졌네” 하는 순간, 그게 이미 상대에게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조용한 공간에서 내 목소리 크기를 점검하고, 주변 피드백을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둘째, 공간 감각을 유지하는 일이다. 노화는 종종 타인의 리듬을 읽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젊을 땐 ‘눈치’로 감지하던 공공의 분위기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내가 이 공간에 얼마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나’를 점검해야 한다. 카페, 지하철, 병원, 어디서든 타인의 표정과 반응을 읽는 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셋째, 경청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일이다. 경험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권위로 변하는 순간 주변은 멀어진다. “내가 살아보니~”로 시작하는 말은 젊은 세대에게 피로를 준다. 조언보다 질문을, 설명보다 반응을 택하는 태도가 품위를 만든다. 듣는다는 건 겸손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을 계속 배우려는 방식이다.


넷째, 몸가짐과 외모를 관리하는 일이다. 깔끔한 옷차림, 정돈된 향, 안정된 걸음걸이. 이런 세세한 것들이 타인에게 불편이 아닌 편안함을 준다. 노화는 외모의 문제라기보다 ‘태도의 결과’다.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 곧 품위로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자기 연민 대신 호기심을 유지하는 일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않으면, 그 목소리에는 여전히 생기가 남는다. 젊은 세대의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태도. 그게 노년을 유연하게 만드는 에너지다. 나이 든다는 건 결국 존재를 줄이는 게 아니라, 존재를 다듬는 과정이다. 조용하지만 따뜻한, 낡았지만 유연한 사람으로 늙는다면 목소리도 편안하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 늙음이 타인에게 불편이 아니라, 함께 있어도 좋은 온기가 되는 것. 그게 내가 되고 싶은 노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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