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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Mar 25. 2022

헨젤과 그레텔 비틀어 보기

마녀 사냥과 공동체의 환상 

*이 글은 주경철 교수의 견해를 참조하여, 동화에 대한 개인적 해석을 덧붙인 것입니다.


중세 유럽 사회는 표면적으로는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었으나, 내면적으로는 여전히 귀신, 요정, 영, 이교 신의 흔적이 많았고 마술적 세계관이 민중문화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중세 중엽 이후 교회와 국가는 신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 과정에서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려 했다. 유럽 문명은 악이 필요했고, 그러한 존재로서 마녀를 발명했다. 다만, 마녀사냥 주체는 지방권력과 마을 공동체였기 때문에 중앙권력의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극단적으로 마녀 사냥이 성행한 지역은 독일, 스위스 등 근대적 국가 권력이 미약한 지역이었다.

 

  마녀사냥은 마을 공동체 내의 오래된 갈등이 폭발하는 현상이기도 했다. 전염병이나 흉작 등의 위기 상황에서 마녀사냥 기회가 주어지면, 주민은 이웃을 고발하며 적대감을 분출했다.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으며, 늙고 싸움을 잘하는 여성이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공동체가 항상 따뜻하고 인간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생존의 문제 앞에서 이웃이 원수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키스 토마스는 공동체 내 상호부조 전통  붕괴 상황에서, “마땅히 도와주어야 할 약자를 차갑게 되돌린 데에서 오는 죄책감이 역으로 상대방을 희생자로 몰아 아예 제거해버리는 경향”으로 마녀 사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에 나오는 마녀는 일방적으로 희생당한, 혼자 사는 여성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헨젤과 그레텔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은, 최악의 경우 실제로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고민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지?  잠깐 둘러댄다 해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눈치챌 것이다. 괜히 숨기다가 걸리면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 차라리 선수를 치자. 만만한 사람 하나 골라서 죄를 뒤집어 씌우는 거야. 어디보자...그래, 마을 뒤쪽 숲에 혼자 사는 그 늙은 여자가 있었지.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살고, 성격도 괄괄해. 약초를 캐다 팔긴 하는데, 밤에 무슨 짓을 하는지 알게 뭐야? 저번엔 내가 외상으로 좀 달라고 하니까 매몰차게 거절했지. 다른 사람들도 그 여자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래, 그 여자를 마녀로 고발해버리면 되겠다. 그 여자 집 근처에 시체를 묻고, 그 여자가 내 아이들을 잡아갔다고 고발하는 거야.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헨젤과 그레텔에 대비되어, 마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만 했던 역사 속 마녀들은 여전히 동화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이제는 시대에 맞게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도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닐까?


#마녀

#마녀사냥

#동화

#헨젤과 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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