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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Jun 06. 2021

식물, 아이

공유저작물 창작 공모전 1차 삽화 부문_ 엄지공주

들어봐, 엄지의 목소리를.

식물, 아이 엄지의 이야기를 들어봐.

엄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봐.

사람과 자연, 우리가 서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 01. 씨앗이 사람으로 태어나다니!

하나의 씨앗에서 시작된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아이를 원했던 한 여인이 있었지.

그녀의 간절한 바람이 깃든 마법의 씨앗.

그곳이 나의 원점이야.

씨앗에서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고 줄기 끝에 작은 꽃봉오리가 생겼지.

틈이 조금씩 벌어지고 꽃이 피기 시작했어.

그곳에서 내가 태어났지.

꽃잎 사이로 본 눈부시게 하얀 세상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어.

웃고 있었지.

그래서 나도 마주 보고 웃었어.

그림 1

# 02. 나는 왜 다를까? 

남들은 나를 ‘엄지공주’라 부르며 ‘작다’, ‘귀엽다’ 말하지.

마치 유일한 장점인 것처럼.

그것에 난 또 상처를 받고.

하지만 나는 식물이자 사람 그리고 엄지만큼 작지만 누구보다 특별하다는 걸 알아.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지 찾아볼 거야.

모퉁이를 돌면 작은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찾아가 볼까 해.



# 03. 자, 이제 세상을 탐험해 볼 시간이야!

공원의 작은 숲을 이리저리 탐험하며 다녔어.

아마 그때였지, 제비 널 만났던 게.

숲에 들어서니 한결 기분이 좋아지더라.

그곳에서 나는 개미로부터, 새로부터, 꽃으로부터, 나무로부터, 땅으로부터 세상에 대한 지혜를 배웠지.

엄마와 아빠로부터 사랑을 배웠던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들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즐거웠어.

그리고 사람들이 만든 도시의 어두운 모습도 지켜보았지.

그때 내 안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떠올랐거든.


그림 2


# 04. 내 목소리를 들어봐

내 목소리를 들어봐.

숲이 하는 이야기를.

식물과 동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 일을 나만큼 잘할 사람은 없을 거야.

왜냐하면 난 씨앗에서 태어나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거든.

한마디로 식물 아이지.

언젠가 어른이 되겠지.

그러면 난 자연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통역사가 될 거야.

그래, 맞아.

지금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유야.


그림 3

제비야.

내 이야기를 들어봐.

그리고 네가 가는 곳마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전해줘.

나는 멀리 갈 수 없으니 대신 내 이야기를 들려주렴.

난 나대로 사람들에게 전할 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자연이, 숲이, 꽃이, 동물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겠지.

엄마가 언젠가 했던 말이 기억났어.

세상이 달라졌다고.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날씨가 미쳤다고.

세상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그 쓸쓸한 얼굴이 자꾸 떠올라.

그래서 나는 이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어.

그림 4

이제 한계인 걸 아시나요?

더 이상 미룰 수 없죠.

꽃이 피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고 꿀을 만들어낼 수 없죠.

그래요. 숲의 질서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어요.

우리가 보기에 당신들도 마찬가지인 듯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자연과 사람의 뿌리는 같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운명을 공유한 채 함께 나아갈 수밖에요.



그렇게 매일 동네 작은 정원들을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노래한다. 자연의 소리를 전한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 신비로워 한번 들으면 그대로 빠져들어 그 이야기에 동화되곤 했다.

엄지의 전령사 제비가 가는 곳마다 온갖 새들이 모여들었고, 새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세상 이곳저곳에.

엄지로부터 시작된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삽화 컨셉

그림 1. 씨앗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한눈에 보이게 구성해 캐릭터의 모호한 정체성을 표현했어요. 그중 마지막 이미지는 ‘작음’ 즉 ‘다름’을 표현하기 위해 커다란 손과 의 시각적 비교를 꾀했습니다.

다음 장면은 눈을 감고 있는 엄지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식물과 나이테 패턴을 그려 넣어 사람의 모습이지만 식물이기도 한 정체성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그림 2.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엄지의 시점을 통해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구도예요. 작기 때문에 가능한 시점이겠죠.

제비와 함께 세상을 탐험하는 장면으로 도시의 파사드와 자연의 이미지를 대비시켰고, 공장 굴뚝 연기와 쓰레기산 꼴라쥬를 넣어 사람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표현하려 했어요. 앞으로의 이야기를 암시할 수 있는 장면이에요.


그림 3. 숲의 단면을 잘랐을 때를 상상해 봤어요. 나무 밑, 나무와 나무 사이, 땅 밑, 나무 꼭대기. 이런 다양한 공간들 속에서 동물과 식물들은 일상을 살아가죠. 우리가 다양한 도시 공간들 속에 살아가듯이요.

그곳에서 엄지는 관찰하고, 지혜를 습득하고, 자연의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합니다.


그림 4. 눈을 뜨고 입이 드러나도록 다시 얼굴 클로즈업. 바뀐 표정에서 자존감을 찾았음을 암시하도록 했어요.

식물에 나비가, 주근깨 대신 새가 날아들고, 웃고 있는 입가에 제비가 힘을 보태는 듯 한 느낌이죠. 가장 자기 다운 모습을 찾게 된 것일지도 모르죠. 자연은 늘 자신의 모습을, 풍경을 새로이 바꾸니까요.

이제 엄지는 자연과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합니다. 전령사인 제비는 그 이야기를 세상에 널리 전한다는 이미지로 작업은 마무리됩니다.



작업 의도

[엄지공주] 동화를 다시 읽어보며 ‘다름’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작다’, ‘꽃에서 태어났다’라는 캐릭터가 가진 독특한 설정을 ‘다름’이라는 개념에 맞춰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 다름은 ‘우리가 전혀 인식하지 않았던 작은 세계를 엄지의 시점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했어요. ‘작음’으로 해서 갖게 되는 시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게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다름은 식물이면서 사람인 그의 정체성에 초점을 맞췄어요. 두 가지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설정했어요.

사람은 대부분 하나보다 더 많은 복잡한 캐릭터를 갖고 있고, 우리 모두 시작부터 다른 사람들이므로 삶에 같은 답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을 소외시키고 차별하는 설정, 그것을 극복해나가거나 우여곡절의 일들을 겪으며 해피엔딩에 이르는 동화 속 캐릭터에서 벗어나 다름을 차별화하는 요즘 시대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어요. 다름을 어떻게 해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필터로 세상을 보는지에 관한 이야기인 셈입니다.

지금 현재 시점에 가장 자기 다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모델로 엄지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이런 힘든 세상에도 누군가는 전해야 하고, 누군가는 행동해야 하겠죠. 기후 위기 속에서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자연과의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자연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작지만 용기 있는 엄지의 이야기와 노래에 귀 기울여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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