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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연 Dec 31. 2021

저는 네이버에 다니고, 아무도
모르는 서비스를 만듭니다

일본에서 빈티지 패션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대해서


일본에서 패션 중고거래 앱 만들고 있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을 만나서 근황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직 네이버에 다니고 있냐부터 시작해서, 그럼 지금은 회사에서 무슨 일하고 있냐는 질문들을 많이 

받게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대부분 검색, 쇼핑, 페이, 카페, 지식in 등... 익숙한 서비스를 

예상하겠지만, 나는 "일본에서 패션 중고거래 앱 만들고 있어"라고 대답하고, 대화는 그때부터 서로 

멋쩍어지면서 다른 화제로 대화의 주제가 바뀌게 되는데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도, 네이버에서

이런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마 100%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Vintage.City> 서비스 화면

저는 2020년부터 Vintage.City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커머스 관련 산업을 발굴하는 TF에 합류해서 개발을 시작한 Vintage.City(이하 VC)는, 도쿄의 빈티지샵들을 기반으로 2020년말 일본 앱 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빈티지 샵 셀러 뿐만아니라, 개인들도 누구나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 및 구매할 수 있는 빈티지패션 커머스 앱입니다.

    오픈당시 입점 샵은 도쿄 지역의 40여 개, 판매상품은 1,000개 정도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일본 전역의 305개 샵이 입점 해 있고, 판매상품은 58,000개 정도로 늘어났는데요. 아직도 더 빠르게, 더 많이 

성장해야하는 단계이지만 1년간 의미있는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중고거래 시장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지난 몇 년 간, 전세계의 중고거래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습니다. 우리 사업의 관점에서 주요 국가인

일본의 시장규모 성장 추이만 보더라도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시장규모가 성장하여 2018년에 약 25조원 

규모에서 2025년에는 32조 규모일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천조국답게, '패션'한정 중고거래 시장규모만, 현재 42조 규모에 달하므로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빈티지 쇼핑 여행은 거대한 트렌드

    특히 YouTube의, 다양한 국가들에서 생성되고 있는 여행 VLOG들을 찾아보면,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들에서 해외여행 혹은 쇼핑을 나와서 그 나라의 빈티지 숍들을 찾아다니며, 그 때 당시 신상으로 출품되는 상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함과 독특한 개성이 있는 패션 아이템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즐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도 그러한 빈티지 쇼핑 여행으로 유명한 나라였는데, 특히 도쿄의 경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오랜 시간동안 쌓여온 빈티지 패션관련 헤리티지가 깊은 일본만의 빈티지 패션 세계관을 갖추고 있었다.


빈티지 패션의 성지, 일본에 빈티지패션 플랫폼은 없었다.

    하라주쿠로 대변되는 일본의 패션 문화는 이미 그 역사가 몇십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일본 도메스틱 브랜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그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그들 자신만의 독특하고 뚜렷한, 패션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긴 세월동안 다양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전해온 빈티지 패션 숍들과 뽀빠이나 CLUEL같은 매거진, YouTube속 수많은 컨텐츠들이 어우러져, 일본만의 독자적인 빈티지패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일본 빈티지패션이라는 세계를 플랫폼 관점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다보니, 빈티지 패션 관련 숍이나 매거진 및 기타 컨텐츠 각각이 개별적으로 EC사이트를 운영중인 상황이었고, 메루카리나 페이페이 후리마 

같은 범용적인 중고거래 서비스가 플랫폼으로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빈티지패션 컨텐츠에 접근하기 위해서, 상황과 필요에 따라 항상 다른 경로 및 불특정한 매체들을 탐색해야만 하는 일본 시장의 사용자 경험


통합적인 미디어 플랫폼,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우리 TF는 서비스 기획과정에서, 이러한 일본의 빈티지 패션 관련 시장에서, 분절되어있고, 비효율적인 경험들을 하나로 통합해줌으로써 사용자에게 큰 편리함과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봤습니다다. 즉, 우리 TF의 "빈티지 패션 정보들을 한곳에 모아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서비스 개발의 목표로 삼게된 것입니다.

    이에 더해, 기획 당시 전세계에 불어닥친 후 아직까지 모두를 고통받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때문에 일본 빈티지패션 숍거리에도 엄청난 불황이 닥쳤는데요. 구매자들은 빈티지 쇼핑여행을 자유롭게 하기가 힘들어졌고, 판매자도 그로인해 매출에 엄청나게 타격을 입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미디어 플랫폼으로써의 기능에 더해 커머스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방향성이 정해져, Vintage.City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패션 커머스 플랫폼... 그거 뻔한거 아닌가?

사실 우리가 개발하고있는 "패션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은 아닙니다. 오히려 IT시장에서 글로벌하게 굉장히 많은 플랫폼들이 있는 상황이라 익숙한 개념이라서, 누군가는 전혀 크리에이티브한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오늘 날 크리에이티브의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브한 것은, 기존의 것을 잘 해석하고 우리가 바라보는 환경 속의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서 새롭게 정의함으로 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한 관점에서 Vintage.City는 크리에이티브한 플랫폼 서비스의 사례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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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Vintage.City를 어떤 전략과 지향점을 가지고 디자인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서비스를 런칭 후 1년 동안 어느 정도의 성장과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해 정리해보고,

또 2021년에 수상한 일본 GOOD DESIGN AWARD에 출품에 대한 히스토리도 회고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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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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