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일본에서 교환학생이나 출장을 가본 적도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사용자 경험에 대해 생각하거나 추론할때 답답한 점도 많고, 자유롭게 일본에 있으면서 현지 시장과 사용자에 대해 알고 싶은 적도 많았다.
최근 회사에서 일본 사용자에 대한 세션이 있었다. 일본 현지에서 장기간 일을 하셨거나, 학교를 다니면서 현지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동료분들을 초청하여, 캐주얼하게 질문을 받으며 일본 사용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라이브 영상을 통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동안 갈증이 있었던 부분들이 상당히 해소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 중, 나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 대화의 내용을 질문&답변 형식으로 짤막하게 정리해서 공유해보고자 한다.
일본의 사용자는 너무 잦은, 또 전면적인 서비스의 개편이나 개선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반감을 크게 느끼고, 불안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전반적인 UX/UI구성도 "이 버튼을 누르면 이 화면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같은 내용의, 굉장히 부가적인 설명까지고 일일히 자세하게 안내하는 내용이 UI화면 상에 많고, 일본 사용자는 이러한 내용을 보고 서비스가 "친절하고, 신뢰감있다" 라고 느끼는 편입니다. 이러한 경향때문에 일본 서비스의 UI가 한국의 서비스에 비해 올드하고 조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본의 서비스는 대체적으로 모든 사용자가 다 적응할 때까지, 뒤쳐지는 사람이 없도록 천천히 서비스를 운영해나가는 편이라고 느껴집니다.
"현지사람이 만든것처럼 보이게"
누가봐도 외국인이 만든 것 같아 보이는 “잘 쓰지 않는 한자 사용"(버튼명이나 문구 표기시)을 주의해야합니다. 일본인은 이러한 부분을 서비스 신뢰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뢰가 없는 경우 극도로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사람들이 보기 편한 글꼴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요. 우리 입장에서 심미적인 측면만 고려하기보다는, 일본인 입장에서의 가독성까지 고려하여 폰트의 디테일을 살려 디자인해야합니다.
"완전히 새롭기보다는, 익숙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 때는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디자인하기보다는, 기존 일본 서비스들의 UX/UI 기존
방향을 잘 참고하면서, 디자인을 하는것이 사용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에 대한 사용자들의 물음에 대한 답이, 그 서비스의 도움말, 설명서에 굉장히 디테일하게 나와있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인들은 그런 세세한 부분들을 서비스 사용시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고, 그런 부분들이 잘 정리되어있다면 일본사용자들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추가로, 일본인의 특성상 사용자의 VOC를 정확하게 캐치하기가 힘든데요,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할 때 겉으로 본인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을 지닌 일본인들은 대체로 형식적이고 예의를 갖추는 태도로 응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점들을 잘 고려하여, 사용자 인터뷰시 인터뷰이 한명 한명에게 더 깊이있게 다가가거나, 인터뷰 상황이나 실험조건 설정을 디테일하게 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료A의 답변
8~9년전, 제가 라쿠텐 입사 후 신입사원 교육을 받았을때 만났던 일본인 동료는 태어나서 한번도 엑셀을 사용해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던게 아직 기억이 납니다.
동료B의 답변
LINE에서 서비스를 만들어갈때, 항상 고려하는 사용자의 IT이해도 기준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Airplay모드인데, 왜 메시지가 안보내지지?” 라는 생각을 할만큼 낮은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의 정도를 기준으로 삼고있습니다.
팩스사용처럼 일본인들에게는 "낡았지만 익숙한 것을 편안해 한다"라는 말이 맞을수도있겠지만, 실제로 일본의 회사원들도 팩스사용에 대해 불편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시 “예의, 정중"이라는 가치에 대해 굉장히 중요시하게 여기는 문화가 아직까지도 자리잡고있는데요.
이 때문에 “내가 수고스럽더라도" 인감을 사용한 문서를 팩스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곧 업무에 "내가 정성과 수고를 다해 예의를 다한다"고 생각해서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예를 들어 5%쿠폰이 좋은지? 5%포인트가 좋은지? 따져봤을때 확실히 일본인은 5%포인트를 더 선호하는 느낌입니다. 또 한국인은 최저가의 민족이죠. 원하는 상품을 최저가로 검색해서 구매하는것도 능숙하구요. 하지만, 일본인은 최저가를 검색하고, 그때마다 달라지는 최저가 제공 쇼핑몰이나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을 신뢰하지 못해 꺼려하고, 불편해합니다. 그런 이유때문에 기존 사용서비스 내에서 이뤄지는 포인트 적립에 대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모든 쇼핑 유저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전자기기 같은 고가상품은 최저가 검색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본은 우리도 알다시피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 잦아서 전산망오류에 대한 우려로 현금의존도가 다소 높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또, 나의 모든 개인정보가 내 전화번호 하나에 이렇게 쉽게 연결되서 나의 소비생활까지 한번에 접근이 되는게 과연 좋은걸까라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신뢰문제로,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이 한국에 비해 조금 더딘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간편결제시장이 꽤 많이 성장한 상황입니다. 그 과정을 보면 PayPay나 소프트뱅크에서 자사의 간편결제를 홍보하기 위해 정말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하여 마케팅을 진행했는데요. 그 예로는 20~30%의 높은 확률로, 사용자가 간편결제를 사용하여 상품을 구매하면, 결제금액 전체를 페이백해주는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상한선도 무제한에 가깝게 굉장히 높은 편이어서, 이 마케팅의 대성공으로 간편결제 사용률이 급증하기도 했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2편에서 추가로 기록해보겠습니다.
일본사용자를 알고싶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