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 건넴

걱정 말아요, 그대?

애인의 군 입대

by 이창우

금요일의 무인 카페에서 만남은 유쾌한 시간으로 열렸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셋이 모여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아직 박성호의 <어쩌다 한국은>으로 들어가 수다를 떨진 못했지만 그동안 읽으며 느낀 점들을 나누었죠. 이곳저곳 문제가 아닌 분야가 없는 전체적으로 절망을 느끼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주부터는 한 분야를 짚어 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통령의 탄핵 판결을 앞두고 여전히 촛불이장에 가득니다. 한 명이 퇴진하면 국정의 정상화가 조금 쉬워질 텐데요.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독서와 휴식으로 직무정지 첫 날을 보냈다는 기사에 작은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1인이 5천만을 지치게 만드는구나 하는 마음에 냄비 뚜껑이라 갔다 내려갔다 들썩거립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들의 일상은 여전히 펼쳐지고 있죠. 나 또한 셋째 애인의 입영을 앞두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금요일의 무인카페 모임이 지나고 12월 12일은 너무 빠르게 오더군요.


아침부터 마지막 집밥이라는 애인의 말에 눈물을 감추느라 무진 애를 썼나 봅니다. 태연한 척 하지만 얼굴에 드러나는 불안감과 걱정을 알아차리더라고요. 논산훈련소로 가는 길이 왜 그리도 빠르던지요. 차의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가는데도 어느새 논산훈련소 입대인 겁니다. 다행인지 날씨는 포근했습니다. 애인은 연병장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달려갑니다. 마지막 그의 모습이었어요. 어쨋거나 나도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가슴 조리는 한국의 어머니인 거 맞나 봅니다. 평소에 엄마 노릇이란 걸 잘 하지 못하는 내가 엄마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이게 되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멀었습니다. 텅 빈 고속도로는 꾸물꾸물 빗방울도 던져주고 홀로 빈 집에 들어가니 홀쭉해진 내가 있네요. 잘 버틸 수 있을지, 신경성으로 장이 늘 탈이 나던데 괜찮을지... 끝이 없네요. 평소에 큰 일을 당해도 쓰윽 웃으며 잘난 척, 걱정 말아요, 그대. 하면서 전인권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었는데 군 입대만큼은 정말 아닙니다. 6주간의 훈련을 잘 마치고 웃는 얼굴로 내 애인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요. 오늘 더 꽉 끌어안아볼 걸. 이런저런 생각에 입영전야부터 가라앉은 기운에 가슴이 뭉클 댑니다. 부디 건강하게 잘 해내길 바라지만 걱정을 멈추기가 더 힘든 날입니다. 친구가 한 마디 던집니다.


그게 엄마라는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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