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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말 건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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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Mar 11. 2022

아직도 벗으로 남은 그대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을 들어가는 도피이다.
-시릴 코널리 <조용하지 않은 무덤>



2022년 3월 9일 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고 긴 밤을 지켜보는 개표 상황. 어스름 새벽이 다가오고 당선 확정이 되면서 만나는 감정을 어떤 단어로 취해야 하나..막막하다.


2012년 대선이 생각나고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8년 촛불집회, 2019년 대선이 스쳐간다. 한 단어로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상태. 급하게 스스로를 추스리기부터 한다. 


거대한 화물차 곁을 묵묵히 꼬마 자동차로 같이 하면서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괴물처럼 에워싼 화물자동차의 행렬에서 나를 발견한다. 목요일 일상은 여전히 열린다.


뉴스 채널을 열지 않기로 한다. 이후로 세상의 소리를 차단한다. 긴 밤 내내 귓가를 지켜주던 대안 팟캐스터들도 외면하기로 한다. 그래, 아직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절반의 민중들이 한 선택에 부디 오류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5년짜리 정부가 내 삶을 집어 삼키지 못하도록 단단히 무장하기로 한다. 괜찮다고 말 건네기 싫다. 


난 괜찮지 않다.


주위를 둘러 본다. 나를 지켜준 사방 벽이 있다. 넓지 않은 공간에 부비대며 들어선 벗들이 나를 지켜준다. 묵묵히 견고하게 나를 지켜주고 있는 벗들이 아직도 꿋꿋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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