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책방 24.

시간 주권 되찾기

by 이창우

책 읽기에 관심 있는 사람 찾기가 참 어렵다. 주은 씨와 같이 청년 네트워크에서 알게 된 서연 씨와 일단 시작하기로 한다. 하나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셋이면 더 좋을 공부다. 우리가 선정한 책은 김찬휘 <<기본소득 101>>이다.


시간주권을 잃어버린 사회

투자가 청년의 꿈을 대체했다. 부의 양극화와 사회 보장 제도의 위기, 4차 산업혁명의 심화는 기본소득 논의를 불렀다. 기본소득은 포퓰리즘도, 단순한 경제 정책도 아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기본소득의 시대는 온다.

<<기본소득 101>> 중에서-


프롤로그를 같이 읽으면서부터 우리는 마음이 울렁거린다.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사람, 부모 도움에 부담감을 갖고 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 나처럼 가족이 주는 기본소득으로 살고 있는 사람 셋이 모여 고개를 끄덕인다.


어려운 시절을 잘 기억해 낼 수 있다면 같은 실수나 잘못된 일을 반복하지 않을 텐데. 대부분 무한반복처럼 되풀이되는 사회 정책은 이름만 바뀔 뿐이다. 크게 나아지는 것 없이 몇 세기 전부터 작동해 오던 자본주의에서 맴돈다. 재산과 가난이 대물림되어 벗어날 기회가 극히 적었기 때문다.


인류에게 주어진 공유할 자원이 잘 분배될 수 없는 사회구조였다. 그 밑에는 인간이 가진 멈출 수 없는 욕망이 숨어있고 개인이 가진 천성과 주어져 있는 환경도 있는 것 같다. 유한계급론은 소수 인류가 발명한 그럴싸한 강자독식이었다. 이 구조를 벗어나 개인으로 작은 공동체로 생존하고자 한다는 것은 이론만 가능하다.


기본소득이라는 포장지를 써대는 정치인들이 제대로 공부는 하고 말하는지도 의심스럽다. 2009년 설립되어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을 이끌고 온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정관 제2조 목적을 알고 나면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정의.


기본소득은 무엇인가

기본소득이라 함은 공유부에 대한 모든 사회 구성원의 권리에 기초한 몫으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우리 가족이 내게 하고 있는 일이 그대로 이 정관에 담겨있다. 공동체 크기만 다르다. 이 공동체 정신이 확장되려면 정책이 바뀌면 된다. 결국 조세제도가 바뀌어 조세정의가 실현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기본소득을 박애가 아니라 정의라고 18세기 토마스 페인처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2023년에 접어들고 있는데.


실행한 몇 안 되는 인물에 관한 삶에 사례를 보면 개인에 멈추고 마는 예외성만 보인다. 모두가 잘 살아가는 일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주 적은 가능성에 기대할 수 있는 꿈은 꾸어야 살아질 것만 같다. 우리 셋은 한 문장마다 성급하게 만나는 억울함과 들썩이는 심장박동에서 분노를 배운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먼저 실행할 수 있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을 모은다. 단단한 내가 되지 않는다면 거대한 사회구조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우니까. 내가 가진 순수한 욕망을 지켜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그다음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으니까.


잊고 있던 러시아 작가 체르니셰프스키가 떠오른다. 아직도 사회주의 트라우마에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홀로 주체로서 당당해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해 주는 나라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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