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책방 35.

으랏차차

by 이창우


우리 모임은 이름을 갖기로 했다. <<조금 더 깊이 읽기>> 5명이 모여 동아리도 만들고 지역에서 해주는 동아리 지원사업도 해 보기로 마음을 모은다. 내 생각보다 수월하게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봄날 책방이 들썩거린다. 공공도서관에서 갖는 독서모임과는 다른 또래들이 만나서인지 대화 내용이 확실히 다르다.


관심 두는 분야가 민주주의, 성평등과 페미니즘, 먹고사는 일에 관한 현실적 고민들이다. 여전히 우리는 불안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며 이 사회를 신뢰할 수가 없다. 믿음이 사라진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도 잠시 내려놓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추천해서 같이 읽으며 생각을 나누자는데 의견을 모은다.


정윤에게 책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들려주니 신나서 그런 것인지 목소리가 가늘고 높게 들려온다.


이재인. 아무래도 내가 책방으로 가야겠다.

무슨 소리야?

그러잖아도 인턴 하는 게 너무 안 맞아서 고민 중이었거든.

그랬군. 근데 책방은 왜?

우리 연애하는 거 아니야? 보고 싶어서.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인턴 접고 거기 가서 살아보려고 하는데 어때?

순간 당황한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참. 어머니는 잘 계시더라. 네 걱정도 안 하시고.

우리 엄마?

그래. 어버이날에 찾아가서 뵀거든.

왜 네가 우리 엄마를 찾아가냐고.

이재인 엄마니까.

우리는 연애하기로 하고서도 만날 기회는 없었다. 간단한 안부 정도만 오가던 정윤이 행동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가 오든 말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한쪽에서는 무언가 개운하지 않은 마음이.


그러니까 여기 와서 책 모임을 같이 하겠다고?

네 얘기 들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잠시 여행 온다는 말이지?

아니. 그냥 거기로 가서 살아보게.

충분히 생각한 거지?

여기 정리하는 대로 연락할게.

나 때문에 오는 것만 아니라면 괜찮아,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이재인.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도 잡을 수 없다. 정윤이가 살갑다는 엄마 말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갑자기 내 세상에 들이닥치는 침입자같이 다가오는 것은 뭐지? 며칠 전 도착한 재현이가 보낸 그림엽서가 떠오른다.


건조하지만 따뜻한 소식이었다. 어느 장소에 놓인 상황에서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근황을 적고 순간 흐르는 마음을 담은 두 세 문장이 전부다. 그렇다 해도 내게로 보내는 표현되지 않은 마음이 전해지는 엽서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그가 있는 그 공간과 거리 풍경이 내게로 온다. 그는 물리적으로 더 멀어지고 있는데 내 마음은 그에게로 더 가까이 가나 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내게로 정윤은 이렇게 메시지를 남겼다.


귀농귀촌학교에서 청년귀농투어 프로그램을 찾았어. 한번 참가해 보려는 거야. 아직 우리는 고슴도치 같다. 너무 신경 쓰지는 말아. 잘 지내고.


누군가 관심을 주면 움츠려드는 나는 왜 이런 것인지. 사랑하는 일도 어렵지만 사랑받는 일은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나 보다. 그냥 이대로 잘 살아가고 싶다.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 흐르는 강처럼 흐느적거리며 굽이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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