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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영 Nov 11. 2021

아니 에르노 <한 여자>

방금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를 다 읽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10개월에 걸쳐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회상하며 써 내려간 기록이었다. 



아니 에르노는 분명 본인의 기억을 정리해 놓았는데, 나는 4년전 세상을 떠난 나의 엄마를 자꾸만 떠올리게 되었다. 목까지 뒤로 젖혀 입을 한껏 벌리고 웃던 모습, 말하다 말고 침이 흐를까봐 한번씩 입술을 오무리며 힘을 주던 모습, 얼굴 근육을 한껏 찡그려 뭔가를 애써 이야기하던 모습. 한창 건강하던 엄마의 환영과 함께 아니 에르노의 문장을 따라다녔다. 



몇 시간 후, 나는 책장을 거의 다 넘겨 버렸고 아니 에르노는 다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한 문장만이 남게 되었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그녀의 마지막 문장과 함께 눈 앞을 맴돌던 엄마의 환영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마치 책 밖의 현실로 튕겨져나온 느낌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없이 세상에 혼자 남아버린 나를 문득 의식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벌컥하고 방문이 열렸다. 내복 차림을 한 남편이었다. 벙싯 웃으며 침대로 다가와 내게 초코바 한 조각을 내밀어보였다. 초콜릿의 단맛이 입안에 퍼지면서 미안함인지 안도감인지 모를 울음이 터져버렸다.



------ 2021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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