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여름,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8월 한 여름날, 친구는 세상을 등졌다. 피로했던 육신을 뒤로하고 제일 싫다고 말하던 8월에 떠났다.
친구는 투병하는 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 국내에서 암 커뮤니티 중 제일 큰 곳에서 여러 분들을 만나고 우리가 모르는 병에대한 것들을 그 분들과 나눴던 모양인지, 친구의 장례식장에 연세 지긋한 분들이 몇 분 와주셨다. 아마도 그 분들은 암을 앓고 있거나, 암을 앓았던 듯 했다.
친구 중 하나가
내 친구의 몸이었던 가루가 담긴 갖
유골함을 어설프게 안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친구 곁에 있겠다고 그 앞에 섰는데 대뜸 그 분이 무서운 얼굴로 말씀하신다.
‘죽은 사람 앞에 서는 거 아니예요’. 하고
깜짝 놀랐고 무서웠다. 그 분의 얼굴에는 내 친구에 대한 예우와 안쓰러움, 그런 기본적인 장례 예절도 모르는 어린 친구들인 우리를 보시는 그 눈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는지 모른다. 내 친구가 건강히 오래오래 살 기를 바라셨을 거다. 내 친구도 장례 예절 따윈 모르는 20대 이제 갓 30대가 된 아직 어린애 같은 모습으로 남길 바라셨을 거란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내 친구는 우리 중 제일 앞에서서 세상을 떠나갔다.
새해가 되면 나는 다이어리에 양가 가족과 친구들의 생일을 적는다. 10대때부터 이어져온 오랜 습관인데, 이젠 친구의 기일도 꼭 같이 써 넣는다.
8월 4일. 캘린더 공유로 초대되어 있는 남편도 8월이 되면서 친구의 기일을 보고 있었을 텐데, 기일날 아침 휴대폰 연락처에서 카메라 판매자를 찾느라 x 를 쳤는데 쌩뚱맞게 친구이름이 떡 하니 뜬다.
참나, 니 기일 안 잊어 버린다
하고 웃었다.
너무 신기하고 얄궂어 남편과 친구들에게도 캡쳐된 화면을 보내 주었다.
남편이 웃었다. 나도 알고 있는데 민정이가 잊을라고, 신기하네 했다.
그 화면을 보자마자 친구의 어머니와 언니께 오랜만에 또 연락을 드렸더니 친구에게 들렸다가 돌아서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혹시나 엄마 마음 또 슬프실까봐, 연락 드리라고 나에게 알려주는 건가 싶다.
작년, 친구의 기일날
친구 어머니께 연락 드렸을 때
어머니께서 “민정아, 꼭 행복해야 해” 말씀하셨다.
이제는 니 기일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위에 추억이 또 하나하나 쌓여 나간다. 좋고 반가운 친구들 임신 소식을 알게 되기도 하고, 신나는 휴가를 보내기도 하고 말이야
어머니 말씀대로 나 꼭 행복하게 살고 있을테니, 편안히 쉬고 있어
니가 좋아하던 시원달달한 라떼 사서 곧 갈게
죽은 사람 앞에 서는 거 아니지,
나는 그렇게 너무 빨리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