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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Jan 11. 2022

어린이집 원서를 적으면서

13개월에 젖을 떼고 14개월에 어린이집을 보내던 날,


저희 소호의 이름을 많이 궁금해들 합니다. 

커다란 호랑이 세마리가 깊은 계곡 바위 위에 올라서 저를 내려다 보다가 그 중 가운데에 있던 제일 큰 호랑이가 제게 훅, 안겨드는 꿈

그 꿈을 꾸고 생전 처음으로, 로또를 샀었습니다. 로또는 꽝이었지만, 아들이 제게 왔고 제 뱃속에 작은 호랑이가 담겨 있다는 의미로 소호, 라고 태명을 지어 10개월을 불러 주었습니다.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고 남편과 저는 지난 10개월간 불러 온 이름으로 너를 불러야겠다, 생각했고 부모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이름은 소호가 되었습니다.

조소호, 

어른들은 발음하기 어렵다 말씀하시고 젊은 사람들은 특이해서 좋다고 합니다. 저희가 애정을 담아 불러 온 태명이 아이가 평생 불리게 될 이름이 되었습니다.

저희 소호는 잘 웃고 애교 많은 착한 아기입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소위, '순한 아기' 입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친정에서 8개월을 지냈습니다. 외갓집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매일매일 함께 보내고 외삼촌네 가족이 수시로 드나들며 누나, 형이 있는 곳에서 자란 아이는 낯가림이 없고, 지나가는 누나형만 봐도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자다가 엄마의 살이라도 닿으면 바로 잠이 들지만, 엄마가 없으면 일어나서 엉엉 울곤 합니다.

좋은 버릇은 음식 나눠 먹기를 좋아해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고 있던 모든 걸 나눠 줍니다. 길가다 줍는 돌맹이도 엄마에게 먹어보라고 "아! 아!" 외치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인사를 잘 하는 착한 아기예요. 

밥과 빵을 좋아하고 파프리카, 토마토, 복숭아를 좋아하고 구운 소고기는 질긴지 씹다가 곧잘 뱉습니다. 일찌감치 소금 맛을 알아서 밍밍한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자동차를 좋아하며, 물놀이를 좋아합니다. 리모콘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TV, 에어컨을 좋아하고 엘레베이터 버튼 누르기를 좋아하고 전자기기 버튼 누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음악이 나오면 춤을 아주 신나게 추는 흥이 많은 아이입니다. 밥을 잘 먹고 목 마르면 "물!", 배고플 땐 "밥!", 빵이 땡길 땐 "빠~" 하고 표현합니다. 졸릴 땐 눈을 비비며 안겨서 제 등을 토닥이며 졸린 걸 표현하고 업혀서 잠들길 좋아합니다. 새로운 장난감을 좋아하고 바람개비를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몸으로 놀아주고, 얼굴 표정으로 웃겨 주는 걸, 가장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어느 부모에게나

아이는 빛이고 생명입니다.

밝고 잘 웃고 애교 많은 저희 부부의 작은 호랑이,

저희 소호를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14개월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일 때문에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며,

조심스럽게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 내려간 오늘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하겠지


2018. 8. 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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