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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Jan 11. 2022

아들한테 누나가 누나가 하던 애 엄마

부족한 애 엄마가 느낀 모성애란

부족한 엄마의 모성애란 이런 것

나에게는 남동생이 하나있다. 평생을 가장 익숙했던 나의 역할은 딸과 누나였다. 평생을 누나라고 불렸는데 갑자기 내 배에서 아들이 튀어나왔다. 나와는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는 작은 아이를 내 아들이라고 받아들고 그렇게 낯설수가 없었는데, 그 아이는 빵떡같이 새빨간 얼굴에 가슴팍에는 내 이름을 붙이고 누워 있었다.


만삭에 친구들 만나러 놀러가던 택시 안에서 말로만 듣던 에피소드처럼 드라마틱하게 양수가 터졌고 응급 제왕으로 아이를 만났다. 내 배아파 소리지르면서 낳는 동안 아이와 죽자살자 해 본 동지애가 없어서 그런지, 아님 정말 나를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낯설음이었는지 나는 도무지 이 아이가 내 아들이라는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제왕은 수술 후 회복을 이유로 배가 찢어지고 내장이 쏟기는 통증을 느끼면서도 장기유착을 막기 위해 만 이틀째부턴 걷기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어기적 어기적 병원 복도를 걸어다녔는데, 아랫층에서 내게 오기 위해 아이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바구니에 담겨 앙앙 울음소리를 내는데 믿기 어렵겠지만 그 소리가 바로 내새끼 소리란 것을 알았다. 그리곤 겨우 걷던 수술 2-3일차 애 엄마가 성큼 성큼 애 울음 소리가 나는 아랫층으로 걷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엄청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울음 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로 나는 왜 목숨을 걸고 계단을 걸어 내려 가고 있는가. 무통까지 달고 있는데 그 계단을 링거를 통째 들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를 발견한 간호사가 깜짝 놀라며 아기 금방 가는데,  내려오시냐 물었고 나조차 놀라 멋쩍게 웃을  밖에 없었다. 같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 바구니 안에 아이 얼굴을 보는데   그리 웃기고 낯설던지, 그보다   운다고   엄마가 계단을  걸어 다니는가

놀랍게도 내가 처음 느낀 모성애는 이런 것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모성애는 연애를 갓 시작한 연인들처럼 찌르르 하며 보고싶어 죽겠고 생각이 떠나질 않는 그런 건 줄 알았다. 적어도 훨씬 강렬할 줄 알았다.



병원, 조리원을 거쳐 친정 집에 아이를 데려와 바로 부비기 시작했을 때 수유를 하던 아이가 울컥 먹던 분유를 코로 쏟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가 곁에서 "어?! 코로 넘어가면 안되, 얼른 입으로 빨아야되!" 하는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의 콧구멍에 우유를 흡흡 입으로 빨아냈다. 아이의 기침이 잦아들자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나기 시작했다. 내가 살면서 콧구멍을 빨 줄이라고 생각, 상상이나 해 봤겠는가


너무 낯설고,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웃기고 어이도 없고 놀라서 눈물이 나면서 웃음이 났고 엄마는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며 웃어만 주셨다. 내가 느낀 모성애란 이런 것이었다. 강렬하게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너를 향해 먼저 움직이고 마는 것


아이를 낳고 150일까지도 내게 가장 익숙한 역할, 나보다 어린 아이에게 익숙했던 그 단어

누나가 누나가 소리를 계속 했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몸이 먼저 움직이는 모성애로 너를 키웠고 키우고 키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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