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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여름 Dec 27. 2019

미래의 미라이

(Mirai, 2018)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감독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근작 '미래의 미라이'입니다.

시달소 이후에도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로 준수한 작품들을 보였었기에 기대를 했던 분들이 많았었죠.

저 역시 기대를 했었는데 혹평의 소식들만 들려오다 보니 결국 때를 놓치고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의 공정한 기준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긴 한데 영화가 뭐 그리 싶나요? 얼마나 집중해서 보느냐에 따라서 같은 영화의 느낌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가 징징대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분들은 이 영화가 만족스럽지 못하셨을 수도 있고 전체적인 영화의 눈높이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분들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볼 시점에 전 나름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할 처지에 있었네요. 미라이의 주인공 쿤이 딱 저의 첫아이(현재 4살)처럼 보였고요. 쿤의 동생 미라이는 저의 둘째 아이(현재 7개월)였습니다. 이 시기를 지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일이 전쟁입니다. 그냥 딱 이 작품에 나오는 상황 그대로입니다. 형은 동생을 괴롭히고 울리고, 엄마가 말리면 또 형이 울고불고.. 다시 타이르다가 참지 못해 화내고. 그러고는 후회하고. 우리 가족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옮겨진 거 같아 웃음이 터집니다. 그러다 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보아질 때는 아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유 없이 떼를 쓰는 것 같은 아이를 바라보면서 악마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할 때 아이의 눈에는 내가 도깨비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걸, 엄마를 뺏어간 동생에 대한 질투 역시 제대로 알아주질 못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은 몇 살 때일까요? 안타깝게도 3-4살 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는 게 없는 거 같아요. 많이 혼났던 기억만 몇 가지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기에 아이들의 생각과 기분을 이해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이 영화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말하지만 그게 결코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이해하기엔 그때의 감정을 잊고 사는 우리니까요.







이 영화의 디테일을 보면 얼마나 아이의 눈에서 관찰하고 바라보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아기띠를 들쳐 매고 패닉에 빠진 아빠와 바운서에서 반쯤 미끄러져 내려와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 단순히 어른들이 보는 아이의 시점이 아니라 아이가 보았고 느꼈을 모습들을 잘 표현해주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쿤에게 벌침 공격을 했을 때 미라이가 들었던 대답을 저도 제 아이에게서 들을 수 있었고요. 그 대답은?1)






이 작품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어른들이 아이의 눈을 이해해주고 가족과의 관계와 이해에 대해 이끌어 줄 수 있게 도와주려는 마음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서사의 전개가 너무 병렬적이었던 것도 어쩌면 아이의 입장에서 차근차근 나아가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네 살 아이의 눈에서 관찰하려고 애써주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해주어서 이 영화가 고맙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던 그 따뜻한 감정을 전해주려 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마음을 제가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1) 미래에서 온 동생에게 손가락 벌침 공격 장난을 당한 후에 쿤은 '또 해줘'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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