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i, 2018)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감독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근작 '미래의 미라이'입니다.
시달소 이후에도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로 준수한 작품들을 보였었기에 기대를 했던 분들이 많았었죠.
저 역시 기대를 했었는데 혹평의 소식들만 들려오다 보니 결국 때를 놓치고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의 공정한 기준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긴 한데 영화가 뭐 그리 싶나요? 얼마나 집중해서 보느냐에 따라서 같은 영화의 느낌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가 징징대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분들은 이 영화가 만족스럽지 못하셨을 수도 있고 전체적인 영화의 눈높이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분들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볼 시점에 전 나름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할 처지에 있었네요. 미라이의 주인공 쿤이 딱 저의 첫아이(현재 4살)처럼 보였고요. 쿤의 동생 미라이는 저의 둘째 아이(현재 7개월)였습니다. 이 시기를 지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일이 전쟁입니다. 그냥 딱 이 작품에 나오는 상황 그대로입니다. 형은 동생을 괴롭히고 울리고, 엄마가 말리면 또 형이 울고불고.. 다시 타이르다가 참지 못해 화내고. 그러고는 후회하고. 우리 가족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옮겨진 거 같아 웃음이 터집니다. 그러다 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보아질 때는 아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유 없이 떼를 쓰는 것 같은 아이를 바라보면서 악마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할 때 아이의 눈에는 내가 도깨비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걸, 엄마를 뺏어간 동생에 대한 질투 역시 제대로 알아주질 못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은 몇 살 때일까요? 안타깝게도 3-4살 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는 게 없는 거 같아요. 많이 혼났던 기억만 몇 가지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기에 아이들의 생각과 기분을 이해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이 영화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말하지만 그게 결코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이해하기엔 그때의 감정을 잊고 사는 우리니까요.
이 영화의 디테일을 보면 얼마나 아이의 눈에서 관찰하고 바라보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아기띠를 들쳐 매고 패닉에 빠진 아빠와 바운서에서 반쯤 미끄러져 내려와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 단순히 어른들이 보는 아이의 시점이 아니라 아이가 보았고 느꼈을 모습들을 잘 표현해주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쿤에게 벌침 공격을 했을 때 미라이가 들었던 대답을 저도 제 아이에게서 들을 수 있었고요. 그 대답은?1)
이 작품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어른들이 아이의 눈을 이해해주고 가족과의 관계와 이해에 대해 이끌어 줄 수 있게 도와주려는 마음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서사의 전개가 너무 병렬적이었던 것도 어쩌면 아이의 입장에서 차근차근 나아가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네 살 아이의 눈에서 관찰하려고 애써주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해주어서 이 영화가 고맙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던 그 따뜻한 감정을 전해주려 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마음을 제가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1) 미래에서 온 동생에게 손가락 벌침 공격 장난을 당한 후에 쿤은 '또 해줘'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