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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여름 Dec 14. 2020

돈 많은 친구들(2006)

Friends With Money


 나에게 가장 많이 본 영화를 꼽으라면 생각을 좀 해봐야 하겠지만 가장 많이 본 드라마를 고르라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 '프렌즈'. 어느새 종영한지 15년도 더 지난 드라마지만 아직도 프렌즈를 잊지 못하는 팬들은 많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프렌즈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후로는 간혹 틀어놓곤 한다. 10년도 이전에 노트북으로 프렌즈를 틀어놓고 잠들던 시절도 있었건만 그들은 여전히 날 웃게 한다.









 프렌즈 출연배우들이야 다 유명하지만 그중에서 탑을 뽑자면 '제니퍼 애니스톤'. 프렌즈 방영 기간 중에 '브래드 피트'와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고 드라마에도 까메오로 깜짝 출연까지 했었다. (브래드 피트 가 등장할 때의 그 환호성이란~)



 하지만 프렌즈의 종영 이후 제니퍼 애니스톤은 2005년 브래드 피트와 이혼한다. 다들 알고 있는 대로 브래드 피트는 안젤리나 졸리와 바람이 났지. 그럼에도 왜인지 사람들은 '브란젤리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그들을 축복하고 찬양했다. 세기의 커플이라며. 이제는 그 커플도 결별한 상태지만 말이다.









 '돈 많은 친구들'은 2006년 작품이니 아직 애니스톤이 충격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을 때의 작품이다. 영화 속 캐릭터는 그런 애니스톤의 모습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사실 이 영화는 여느 때처럼 집에 박혀 넷플릭스 속을 허우적대다가 가벼운 코미디 장르라 생각해 골랐던 것. 근데 난 앞으로 코미디 장르에 대해서 좀 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어째 최근에 코미디 장르에서 고른 영화가 죄다 예상과는 너무 다른 것인지. 바로 이전 리뷰에서 다뤘던 '영 어덜트'처럼 이 영화도 코미디가 아니다. '돈 많은 친구들'이라는 왜인지 코미디 장르를 연상케 하는 제목도 원제와는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르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즐기는 것이 스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엇나간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되면 그 흐름을 잘못 쫓아가게도 한다. 앞으로는 원제라도 확인하고 가자.




 이 영화에는 젊은 시절부터 함께한 4명의 여성 친구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남편 또는 남자친구들이 등장하며 각자의 사정과 갈등, 만남을 얘기한다. '돈 많은 친구들'이라는 제목에서 기대하게 되는 부자들 생활을 엿보는 관음적 시선을 기대했다면 큰 오산이다. 한때는 허물없이 지냈을 친구들의 달라진 삶을 나열하지만 유기적으로 펼쳐 놓는다. 특정 인물에 집중하지 않은 채 관망하며 보여주는 이 영화 시선의 끝은 코미디 영화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누군가는 그렇게 느꼈을지라도 말이다. 이는 말미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돈 많은 친구들 에서 가장 돈이 많은 친구는 프래니(조앤 쿠삭)다. (출연진 명단만 보고 '존 쿠삭' 언제 나오는지 한참 기다렸었다..) 애초부터 부자였던 듯한 프래니는 남편 맷(그렉 저먼)과 아무 문제가 없다.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화목한 프래니 부부는 누구나 부러워할 부자들의 삶을 살고 있다. 심지어는 인격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제니퍼 애니스톤 다음으로 눈에 익은 배우가 보인다면 제인 역의 '프란시스 맥도맨드'다. '쓰리 빌보즈'에서 보여주었던 그녀의 신경질적인 연기는 이미 이전에 완성되어 있음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었다. 성공한 의류 디자이너인 그녀는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는 삶의 정체기를 맞이한다. 머리를 감지 못하는 징크스는 더 이상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없는 그녀의 망가져가는 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크리스틴(캐서린 키너)은 남편 데이빗(제이슨 아이삭스)과 함께 같이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지만 둘의 만남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던 듯하다. 비즈니스 관계라는 외적 연결 고리에 묶여 기본적인 부부간의 관계에서 가져야 할 것들을 보지 못했던 그녀의 근시안적 판단은 주변 이웃들을 고려하지 못한 채 무리한 증축을 선택했던 과정으로 다시 한번 반복된다.










 올리비아(제니퍼 애니스톤)는 과거 선생님 이란 직업을 포기한 후 가사도우미로 푼돈을 겨우 손에 쥐며 쓰레기 같은 남자들만 만나고 있다. 돈뿐만 아니라 애정에서도 결핍을 보이는 올리비아는 더 이상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조차 잃어가고 있다.



 '내가 지금 올리비아를 만났다면 친구가 되었을까?'라는 프래니의 자문처럼 이 들은 별다른 접점이 없다. 완벽한 것 만 같았던 프래니도 돈을 빌려달라는 올리비아에게 최선의 조언을 하지만 돌아오는 건 벌어진 관계에서 느끼는 염증뿐이다.











 흥미로운 인물은 제인의 남편 아론(사이먼 맥버니)인데 모든 면에서 이상적이다. 어느 정도 성공한 사업가이자 이타심과 자신의 가치관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남편과 싸우고 제인의 집으로 찾아와 울며 투정 부리는 크리스틴에게 위로와 조언을 동시에 건낸다.(현실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론은 본인만 모르는 게이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난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옷을 좀 좋아한다고 해서 게이라고 판단하는 건 잘못된 편견이라는 그의 반론은 사실 당연한 말이다. 그 당연한 말을 누구는 편견으로 덮어버리고 누구는 이해하고 있다. 한때는 같은 취향과 생각을 공유했을 친구들 사이에서도 말이다.






- 스포 있습니다-




이렇게 전혀 다른 상황을 나열해 주는 영화의 시선은 무엇을 말하고자 함이었을까. 이 영화에 대한 이해도 각 인물들의 처지만큼이나 다를 수 있다. 누구는 그저 삶의 일 편을 들여다본 코미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본인의 오래된 친구 관계에 이들 관계를 투영해 볼 것이다. 10대 20대의 어린 시절을 공유했던 친구들이 30~40대에서 어떤 관계로 이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들의 얘기가 그저 코미디로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상황이 어떠했든 영화의 마지막은 다 같이 프래니가 초대한 자선회에 참가함으로써 그들의 우정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든 여전히 친구라는 것 그런 게 친구 아니겠냐라고 던지는 어쩌면 성의 없어 보이는 이 영화의 결말이 그럴싸하게 보였다면 '친구'라는 단어 때문일까.









 영화의 라스트 신은 올리비아와 새 데이트 상대 마티(밥 스티븐슨)와의 대화로 끝을 맺는다. 볼품없는 외모에 무직인 마티가 사실 자기는 엄청난 부자라며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고백하자 올리비아는 미소를 숨기지 못한다. 마치 신데렐라가 된 것 같았겠지. 그리고 처음에 자신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는 올리비아의 질문에 자기는 문제가 있다고 마티는 말한다. 그리고 자기도 그렇다며 화답하는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천생연분의 부자를 이제 만난 것일까? 그렇게 이 영화는 이제껏 올리비아에게 짙게 드리워졌던 그림자를 걷어내고 해피엔딩을 표방한 채 코미디 영화인 척하려 했는가 말이다.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과연 마티가 부자였을까. 단 한 장면도 마티가 부자라는 증거를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그렇다고 올리비아의 마지막이 허언증을 가진 못생긴 뚱보와 미래를 함께 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건 내 마음이 아프다.




 알고도 묻어가야 하는 이 영화의 엔딩은 이미 망가져버린 그들의 관계 위에 덮어진 우정이라는 포장지처럼 얄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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