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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Sep 10. 2023

사랑은 감기다

감기는 뜻밖에 찾아와 나를 아프게 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멈추지 않는 기침을 해야 하고

초라하게 누워서 멈추지 않는 재채기 해야 해.

세상을 등뒤로 한 채

드러누워서 잠들고 싶어


사랑도 뜻밖에 찾아와 나를 그립게 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떠오르는 너를 지우고 지워도 자꾸 떠오르는

너를 생각해야 해.

시간을 등뒤로 한 채

너에게 안겨서 잠들고 싶어


깨어나지 않을 듯 긴 잠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얼마나 뒤척이며 아프고 괴로웠을지 잘 모르겠어.


깨어나지 않을 듯한 사랑에 빠져서

보고 싶은 마음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잘 모르겠어.


아프고 힘들고 슬프고 괴로운데

어째서 우아해지는 느낌인지 잘 모르겠어.


The girl who takes a walk in the street of a city, Digital Art. KSM.


   이별 없는 만남이 없고 죽지 않는 삶은 없다.  낙엽도 때를 알고 바람에 날린다. 필 때와 질 때를 아는 것이다. 아파하는 시간은 강해지는 것이다.  사랑은 홍역을 앓는 것처럼 나 아닌 사람을 마음에 품고 아파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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