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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Sep 25. 2023

외로움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혼자 사는 사람들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무딘 사람이다.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이지만

때로는 옆구리를 스쳐 가는

마른바람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 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다.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p.50. 법정잠언집 중에서.

샤갈풍 이미지 가을연인. B. SM.

빛이 있는 곳에

서있으면 자신의 그림자가 보인다.

저마다 그림자는

그 사람의 몸짓을 반영한다.

 

저마다 마음 한 켠

어딘가에 묵혀진 슬픔이 있다.


내 안에 슬픔은 나무처럼 흔들려서

낙엽으로 날린다.

쓸쓸한 여운이라도

내 안에서 쓸어내 버려야 한다.


훗날 또 다른 삶에 밑거름이 되도록.

나를 비우지 않으면

나를 채울 수 없다.


<그림자> 글 김순만.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기 위해 하나 둘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어느 때는 기쁨이 어느 때는 슬픔이 우리 안에 선과 악처럼, 빛과 어둠처럼 공존한다. 좋은 면에도 이면(異面)이 존재한다.  슬픔뒤에 기쁨이, 기쁨뒤에 슬픔이, 고진감래(진苦盡甘來)라는 말처럼 어려운 역경 후에는 기쁨도 온다. 


  오래 사용했던 아궁이가 그을음이 없을 리 없고, 오랫동안 사용했던 냄비가 찌그러지지 않을 리가 없다. 물건도 그러한데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세월이 지나면서 어디 성한 곳이 없는 곳 같고, 망각이 없이 살아간다면 정신이 사나워 살아가지도 못한다.  역경을 통해서 지혜로움을 배우고 찌그러진 냄비는 정겨울지도 모른다.


  비움이 채움의 근원이다. 노자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十一. 

  三十輻共一轂當其無有車之用埏埴以爲器當其無有器之用鑿戶牖以爲室當其無有室之用故有之以爲利無之以爲用.     

십일. 

 삼십복공일곡당기무유차지용연식이위기당기무유기지용착호유이위실당기무유실지용고유지이위리무지이위용.     


해설)  三十輻共一轂(삼십복공일곡)에서 복(輻)은 바퀴살 복이며, 곡(轂)은 ‘轂 바퀴 곡(; ⾞-총17획; [gǔ,gū])바퀴, 수레, 차량vehicle, 밀다, 추천하다’라는 의미로 공일(共一)은 하나로 모인다는 뜻으로 서른개의 바퀴가 수레의 바퀴통에 하나 모이는 형상이다. 當其無有車之用(당기무유차지용) 즉 마땅히 그곳이 비워있어야 수레를 능히 쓸 수 있다. 


수레바퀴의 서른 개 바큇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고, 그 바퀴통의 가운데가 비어 있어 (축을 끼워) 수레가 굴러갈 수 있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고 그 그릇이 비어 있어 음식을 담을 수 있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들고 그 방에 문이 있고 비어있어서 쓸 수 있다. 있음의 유(有)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없음의 무(無)가 있는 까닭이다. 

  

  바퀴 축의 중심은 비워있어 채울 수 있다. 산이 높은 곳이 있지만 계곡이 있어서 아름답듯이. 집도 비워져 있어야 수리할 수 있다. 방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방이 텅 비어 있어야 그 안에서 쓸 수 있다. 창문이 없고 문이 없는 집을 드나들 수 없어서 누구도 오지 않는다. 자기 안의 문이 열려있어야 하는데 마음의 문이 없는 사람은 세상과의 소통없이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모자라기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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