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자궁
바다는 늘 맨살이다
투명한 물은 태초의 자궁이다 그리하여 온 갖 생명을 품는다
축축한 하늘이 쏟아낸 이슬비에 미미한 수천만 헤어릴 수 없는 촉촉한 연정,
가장 연약한 것이 가장 강함을 부서지게 한다.
연약한 손 끝의 셔터의 감촉이 하늘을 카메라에 담는다.
붉게 물든 일출을 먹구름이 가려도 태양을 담는, 대담한 여자.
나는 과테말라 커피 향기를 마실때
비단같은 해변의 그림자로 카메라를 매고 걷는 한 여자가 그림자처럼 지나간다.
지금은 노트에 기록된 추억처럼 검게 쓰여진
그 어느 부분을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을 수 있도록, 밝아지는 기억이고 싶다.
나는 바다를 보면 몽롱한 환각속에 빠져드는 것 같다.
그게 실존하는 것일까. 음악이 있다면 그런 저런 추억을 악보로 기록해둘 수 있으면 좋겠다.
언어를 넘어서는 그런 선율로 마음을 담아 건네주고 싶은데
바다는 여전히 맨 살이고 투명하다.
빠져들고 싶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