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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Feb 18. 2023

하늘에 수를 놓다

바람처럼 날려가는

계절도 절개가 있어

시간을 지킬 줄 안다.


한 땀 한 땀 며칠이 지나도

몇 달이 지나도

오지 않더니

님은 오지 않고

봄은 온다.


이제는

기다림을 위해 수를 놓는 것인지

수를 놓다가 밤을 지새운 것인지


오지 않는 낭군을 위해

손 끝이 바늘에 찔려도 아프지 않다.


수놓은 나비는

피에 물들고

풀잎에 맺히던 이슬은

핏빛이다.


봉황이 하늘을

날아가고

용이 하늘을 휘감는다.


바람에 흔들리단

 촛불을 쓰러져

온 집을 태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여우 한 마리가

잿더미가 된 집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람의 기척에

소스라치듯 사라진다.


슬픔을 기억은

구름을 밀어내듯

하늘에서 지우고

맑고 고운 하늘이고 싶다


텅 빈 공간일수록

구름 한 점 그리련만

하늘은 푸르름을

하늘에 그려놓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고

맑음이

그려지는 시간이고 싶다.


박혜영 그림.(출처 잘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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