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날려가는
계절도 절개가 있어
시간을 지킬 줄 안다.
한 땀 한 땀 며칠이 지나도
몇 달이 지나도
오지 않더니
님은 오지 않고
봄은 온다.
이제는
기다림을 위해 수를 놓는 것인지
수를 놓다가 밤을 지새운 것인지
오지 않는 낭군을 위해
손 끝이 바늘에 찔려도 아프지 않다.
수놓은 나비는
피에 물들고
풀잎에 맺히던 이슬은
핏빛이다.
봉황이 하늘을
날아가고
용이 하늘을 휘감는다.
바람에 흔들리단
촛불을 쓰러져
온 집을 태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여우 한 마리가
잿더미가 된 집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람의 기척에
소스라치듯 사라진다.
슬픔을 기억은
구름을 밀어내듯
하늘에서 지우고
맑고 고운 하늘이고 싶다
텅 빈 공간일수록
구름 한 점 그리련만
하늘은 푸르름을
하늘에 그려놓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고
맑음이
그려지는 시간이고 싶다.
박혜영 그림.(출처 잘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