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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Feb 19. 2023

어색한 소년

어색한 소년

소년은 늘 혼자였다.

알 수 없는 어색하고 머쓱 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하늘에 프로펠러가 날아가고

거리가 북 쩍 거리고 시끄러워도

시장을 지나고

신작로를 지나도

소년은 친구가 없었다.



그냥 별생각 없이 걸었다.

자전거를 타고

여자치마를 건드리는

녀석들의 장난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놈들은

갑자기 나타나 모자를 가로채더니

아주 높은 나무에 던져버렸다.


그 높은 나무에 매달린

모자가 돌을 던져도 떨어지지 않았다.


소년은 모자를 어떻게

떨어뜨릴 방법도 찾지 못했다.


소년은  늘 당하며 산다.

씨무룩한 채 바보처럼

계단에 앉았다.



memories from desert:

https://youtu.be/OAc0ISyfn94



상심한 아이는

누가 볼까 봐 두려워

고개를 푹 숙였다.

아이는 늘 따돌림당했다.

별 수 없이.

그런데...



여자애는 잠자리 채를 들고 가더니

돌아서더니

잡자리 채로

소년의 모자를 떨어뜨려 주고는

별일도 아니라듯이 사라져 버렸다.


갑작스러운 고마움에

소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수업시간 내내

소녀에게 모자를 어떨게 선물해 줄까

그 생각뿐이었다.


소년의 집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초인종을 누르던 손은 망설여지고

소녀가 나오면 어쩌지 하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마음을 전하는 것은 무지 어색한 일이다.


철문이 열리고

소녀가 갑작스럽게 뛰쳐나왔다.


윗도리도 입지 않는 채

속옷만 겨우 걸치고

소녀가 쫓겨난 걸까

이를 어쩌지.


상자를 숨겼던

소년은

그래도 상자를 전하고 싶었다.



겨울이 지나고

또 지나고.

아이의 길목은 가로수가 놓이고

세상은 길밖에서

변해가고 있었다.

세상에서 짊어지어야 할 짐은 만만치 않았다.


서점에 쌓여있는 헌책도

살 돈이 없었다.

그래도 책  속에는 그 무엇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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