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사소한 여백에서 온다

by 김순만



추리닝 바지에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고

햇살이 쏟아지는 양지바른 곳에

멍히 앉아 있으면 행복해.


머리는 새가 집을 지어도

세수도 하지 않고

낮잠을 자면 행복해.


밥을 먹고

식곤증이 몰려오면

그냥 누워서 자면 행복해.


침 흘리며 자도

코를 골든 말든

누가 볼까 말까 의식하지 않아도

좋으면 행복해


햇살에 앉아있으면 행복해.


하루는 텅 빈 여백인 채로

뒹굴거리는 것도 행복해


약속은 잡지 말고

하루를 여백처럼 비워두기로 해.


빨랫줄에 매달린

옷들도 바람에 흔들거리면

꽃도 들판에 화사하게 피어나고


빨랫감은

햇살바람 부는 대로 몸을 매달고

바람에 날릴 듯하면

나도 어디론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