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나를 아프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생의 증명,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감정은 약물의 힘에 의해 조용히 묻혔다.
눈물은 흐르지 않고, 고통은 입을 다물었다.
그 자리를, 무감정이 차지했다.
감정의 여백을 눌러 앉은 무감정은
묵묵히, 무겁게 나를 덮었다.
나는 물었다.
감정의 홍수에 허우적이는 나와,
무감정 속에서 말라가는 나.
도대체 어떤 쪽이 더 아픈가.
약을 먹으면 감정은 걸려든다.
망에 걸린 듯 느껴지지만,
통과되지 않는다.
울고 싶은데, 눈물도 검열된다.
고통은 말의 검열을 꺾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 검열을 넘지 못한 말들 속에 앉아 있다.
표현되지 못한 고통은
점점 더 나를 잊게 만든다.
나는 아직 시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 검열된 고통이
과연 시가 될 수 있는지
그것만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