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올빼미

물을 마시지 않았는데

속이 먼저 젖었다.


청량이 아닌

막막함이 목을 타고 올라왔고,

입술에서 목줄기까지

메마른 갈증이 타들었다.


나는 눈물을 마셨다.

그러나 그것은 물이 아니었다.


묽은 황산이었다.

차가웠으나 금세 뜨거웠고

맑았으나 곧장 검게 타들었다.


황산은 눈을 적시고,

혀를 태우고,

식도를 녹이고,

기관지를 파고들었다.


그러자 뚫린 나의 눈으로

영혼이 탈출을 시도했다.

한 점 연기처럼,

잿빛 미세먼지처럼.


하지만

심장은,

심장은 그것을 놓지 않았다.


도망치는 영혼을

울음으로 끌어안고,

생떼질처럼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뛴다는 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불타는 영혼을 끝끝내

붙잡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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