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개 훈련의 세 번째 날이 밝았다. 새벽에 T가 내 홑이불을 차지해버려 조금은 추웠다. 오늘은 이른바 ‘각개의 꽃’이라 불리는 실전 평가가 있었다. 장구류를 모두 착용하고 산 중턱에 올라 진땀을 흘리며, 2분대 분대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했다. 입으로 탕, 탕 소리를 내며 외칠 때에는 잠시 허망한 기분이 스쳤으나, 그 또한 과정의 일부였다. 산길을 내려올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씻고 나서 일기를 적었다. 이제 이 수첩에 기록할 날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크게 아쉽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전혀 아쉽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수다를 나누고 점심을 먹었다. 소대장의 따뜻한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고, 이어 총기를 손질했다.
생활관의 의대생인 SY가 나를 제일 좋아한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해가 중천에서 지니, 나의 날도 함께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