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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부엉 Oct 04. 2021

7월부터 9월까지

2021년 3분기의 기록

어른들이 가끔은 이제 내 나이가 헷갈린다거나 올해가 몇년도더라 하는 영감님 소리를 할때마다 나는 마냥 우스갯 소리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심이었음을 올해들어 깨달아가고있다. 자꾸 올해를 2020년으로 쓰는둥 내 나이를 28이라 햇다가 29라 했다가 하는둥 (왜 나이를 묻는 질문에 출생년도로 대답을 하는지 알겠네) 한 해가 너무나 빠르게 지나버려서 무감각해진다. 2021년의 7월부터 9월도 그러했다. 아직 절반이나 남았어 아직 할 수 있는거 많아 라고 외쳤었는데 이제 그 반의 반만 남게 되었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면 우리 머릿속에 저장되는 장면이 단편뿐이어서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이번  365일간의 필름은 몇 장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흘러가는 계절의 끝자락을 붙잡고 몇 장이라도 더 찍어보려 애써야겠다고 생각한 3분기였다. 4분기는 좀 더 바깥 세상으로 그리고 다채롭게 흘려보내야지. 


7, 8, 9월의 소비

PT로 시작한...

7월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수영이나 러닝은 너무나 재미있지만 유산소라 근육이 잘 붙지는 않는다. 그냥 체력적으로 좀 튼튼하고 자신감 뿜뿜하고 싶은데 and 이왕하는거 목표를 가지고 매진하고 싶은데 and 어지러운 잡생각을 날려버리고 싶은데 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웨이트 운동은 너무너무너무너무x100 재밌다. 이전에도 몇번이고 PT를 해봤자민 늘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그냥 깨작대다가 헬스장을 나오곤 했다. 그땐 아마 내돈이 아니라 엄마돈으로 끊어서 그런걸수도ㅎ 그런데 내돈이 수백 들어서(정신승리하는것)일까. 매끈했던 팔다리에 근육이 생기는것도, 버겁던 무게가 조금씩 들리는 것도 성취감 있고 무척 신난다. 무엇보다 재택지옥에서 뛰처나와 헬스장에 가는게 새로운 탈출구처럼 느껴진다. 

이왕 하는김에 목표를 가지고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바프 스튜디오도 예약했다. 이것저것 다해 돈을 얼마나 썼는지...... 계산하고싶지 않을 정도이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올해들어 정신적인 컨디션이 가장 좋았던 기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내 몸뚱이의 쾌적함과 충족감을 위해 이정도 돈은 쓸 수 있지 않은가!!


다시 되찾은 집

집 구조를 바꿨다. 빌트인된 책상에서 재택근무를 했었는데 영 높이도 맞지 않고 뭐 그냥 별 기분이 안났다. 그냥 골방에 쳐박혀 근무하는 딱 그정도. 그러다보니 집에 애착이 떨어져버렸다. 너무너무 소중했던 공간이었는데 꾸미는 것도 깔끔하게 하고 사는 것도 너무 귀찮고 대강 일하고 자고 먹을 공간만 갖추고있자니 생활리듬도 변하고 안좋은 습관만 들어버렸다. 

정신이 어지러울때는 물리적인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독립할때도 그랬고 이직할때도 그랬던 경험을 비춰보면 지금 또한번 공간을 뒤집어야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된 책상을 사고 창고에 쳐박아 놓았던 책들도 꺼내놓았고 구석에 놓았던 무럭이도 잘보이는 곳에 두었다. 그리고 일하는 공간과 쉬는공간이 명확히 구분될 수 있도록 가구를 배치하였다. 조그만한 소파도 샀다 !

지금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중인데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바꾸길 너무 잘한것 같아. 새 책상에서는 일하는 기분도 제법 들고 집중도 잘된다. 책상이 아닌 소파에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니 명확한 휴식공간이 생긴듯하다. 이것저것 다해 이것도 꽤나 돈이 들었지만... 내몸뚱이의 쾌적함과 충족감을 위해 이정도 돈을 쓸 수있지 않은가 222 !!! 




7월부터 9월의 기록


01. 떠나보내는 일

7월에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상실의 아픔이 무엇인지, 생과 사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한 사람을 잘 떠나보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한참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장례식장은 많이 가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운 사람의 상을 치루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들 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을 몇번씩 겪는건지. 

갑작스런 비보에 가족들 모두 삼일 내내 얼얼한 기분으로 앉아있었다. 그와중에 배가고프다며 밥을 먹다가 괜시리 주제를 돌려 이야기도 나누었다가 다시 눈물바다가 되었다가.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한 삽 가득 흙을 뿌려드릴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도 실감이 안나는데 무슨 짓을 하는거지 라는 기분.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힌다는게 새삼 너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 아빠는 산소에 갈때면 꼭 살아있는 사람에게 건네듯 말을 한다. 어머니 잘 계셧나요. 명절인데 아버지랑 맛있는거 잡수고 있죠. 나는 늘 곁에서 듣고만 있었고 이따금씩 올해는 잘되게 도와주세요 정도의 개인적인 바람을 마음속으로나마 속삭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아빠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외할머니 산소앞에서 할머니 아프지 않고 잘 계시죠 할아버지는 잘 만나셨으려나. 입밖으로 튀어나올것 같다. 이곳에 할머니가 계시다는것을 보았고 느꼈고 부정했다가 이내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제사문화를 두고, 음식앞에서 절하고 이야기하는게 너무 기괴하다고 없어져야 하는 문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동조했던 때가 있었는데, 상을 한번 치뤄보고나니 단순히 '음식' 앞에서 의식을 치루는 문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제사는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혹은 떠나보내기 싫은 이를 향한, 남아있는 우리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가 이어져 연의 끈이 희미해질 수록 그 마음도 옅어져버려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나의 마지막 조부모님이었던 외할머니를 보내며 그리고 이번 추석 제사를 보내며 든 생각은, 이 비과학적인 문화가 어쩌면 상실의 아픔을 매년 조금씩 해소해주는 매직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것이다.

아무튼 할머니 이 생에서 고생많으셨어요. 그곳에서는 외롭지 않게 그리고 몸과 마음이 평안하시길 빌게요.



02. 무념무상으로 숨가쁘게 일하는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많다. 일손이 부족한게 맞기도 한데, 너무너무 정신이 없어서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르게 그냥 멱살 잡혀서 끌려가는 기분이다. 이쯤되면 내 손이 너무 느린가 싶기도 할 정도로. 근데 나는 손이 느린편은 아닌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일이 쓸데없이 지진부진한 것 같고, 그와중에 사고는 계속 빵빵터지고... 너무 답답하고 열불이 나서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할까 몇번을 망설였다. 망설였던 이유는 면담을 해서 달라질게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징징거림 혹은 내가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것을 알아달라는 자기표현 그 이상 이하도 아닐 것 같은것이다. 이게 또 대면이면 커피 한잔하고 눈을 마주보면서 위로도 받고 할텐데. 비대면으로 가능한 일인가? 내가 너무 방어적인걸 수도 있지만... 뭐 당장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힘들다 이야기한들 결국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못하겠다. 몇 번 이렇게 망설이고나니, 같은 팀으로써의 유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외롭다는 기분만 극대화되었다. 나혼자 고군분투 하는 느낌. 다들 이렇게 집에서 아둥바둥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동료로써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걸까. 나혼자 열불냈다가 망설였다가 실망했다가 뭐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느낌이긴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이렇게 비대면으로 지속적인 근무는 못할 것 같다.

어차피 일은 혼자하는거 아닌가 각자 도생이지!!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다 정말 아니다 ㅠㅠ 당연히 각자 열심히 하면 프로젝트는 잘 굴러갈 수 있지만, 이렇게 유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전은... 적어도 나로써는 못하겠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애착이 더 가지 않는다. 내가 맡은 프로덕트를 좀 더 애정있게 바라보아야 하는데, 사람도 일도 회사도 그 어느하나에도 정을 붙일수가 없으니 자꾸 언제 퇴사하지라는 각만 세우고있다.

요즘 (말그대로) 일에 너무 치이다보니, 큰 시야를 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닥치는 일들만 쳐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일이 많아 힘들어도 큰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이 모든 자잘한 일들이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면 허무한 느낌이 없다. 근데 지금은 그냥 너무 우다다 산발적으로 쳐내고 so what ? 이라고 물으면 멍만 때릴 것 같다. 설마 아직도 이 회사에 적응하고 있는중인걸까? 벌써 9개월이나 되었는데... 내 욕심이 너무 큰걸까. 여러모로 아직도 혼란스럽다.

11월이면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들도 어느정도 마무리가 된다. 일단 지금 진행중인 일을 무사히 끝나고, 다시 재정립하는 시간을 천천히 가져봐야겠다.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얻어갈지, 내가 이 프로덕트를 어떻게 디벨롭해가야하는지, 내가 이 분야를 어디까지 디깅해볼 것인지, 고여있지 않고 흐르는 기획자가 되려면 무엇을 더 플러스해야할지. 



03. 말이 잘 안나와, 그리고 잘 안읽혀

요새 진짜 말이... 말이 잘 안나온다. 언어능력이 퇴화된 기분.

혼자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요새 통 친구들과의 약속도 없어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다반사다. 기껏해야 말하는 사람은 PT쌤과 영어쌤 뿐. 그 와중에 영어공부한다고 모국어가 아닌 말로 되내이고 있으니, 영어도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0개국어 인간이 되어버렸다. 

조리있게 말을 잘 못하겠다 ㅠ 중언부언 했던 말 또하고 문장을 명확하게 매듭짓지 못한다. 스피치 학원이라도 취미삼아 다녀볼까 생각했을 정도. 말할 일 자체가 없으니 도리가 없다...

재택근무가 아닌 이전 회사에서는 말해야하는 일이 많았는데, 재택근무가 너무도 잘 자리잡은 이 회사에서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메인이다. 그래서 어쩌다 발언하게 되는 회의가 잡힐때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미리 연습하게 된다. 근데 그마저도 중언부언 ㅠㅠ 말을 썩 잘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는데 큰일이야. 다음달에는 책이라도 많이 읽어야겠다...



04. 돈돈돈...

유튜브 추천채널에 한동안 재테크 특히 부동산 영상으로 가득했다. 지금이라도 영끌해서 사야할까? 자본금 1억으로 부동산 투자하는 현실적인 방법! 하반기 부동산, 이렇게 됩니다! 월급쟁이 20년 드디어 해방되다. 5년만에 10억 굴린 이야기 등등등등.... 다 내가 비슷한 영상을 찾아봐서 추천에 떳겠지만 어느순간 너무 신물나고 안보고싶어졌다. 좀 솔직해지자면 내가 지금 가진 자본금으로 수도권에 집을 사기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지방을 공략해 본격적인 투자를 할만한 재량도 깡도 안되니 지금 당장 액션할 게 없다는 무력감때문이기는 하다. 근데 그래도... 그래도 요즘 어딜가나 돈돈돈 하는 이 태세가 너무 지겹다. 메타버스 공부좀 해볼까 서치해보았더니 제일 먼저 뜨는것은 메타버스 관련주뿐인 이 분위기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벼락거지 됬다고 쒸익쒸익해놓고는, 이렇게 또한번 흐린눈 하다가 2차 벼락거지를 맞이하는건 아닐지라는 걱정도 있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재테크 너무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부를 축적해야하고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는게 현실이니까.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나의 자본금으로 또 다른 불로소득을 창출해야만 현실적으로 걱정없이 풍요롭게 살 수있다. 돈을 굴리기위해서는 적어도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하고 주식, 부동산, 경매 등등 여러 수단을 고려하여 재테크 공부를 해야만 한다. 고맙게도 정보가 무수히 넘쳐나기에 별도의 시간을 빼서 내가 공부를 하기만 한다면, 적어도 현재보다는 경제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내 상황에서 재테크 공부가 1순위가 되어야만 할까? 내가 과연 그만큼 자본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인가? 나는 내가 버는 노동소득에 더 의미를 두는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가치있는 일을 하는지, 내 능력의 노동가치가 어느정도인지, 내가 더 노력하고 보여주면 얼마나 돈을 더 받을 수 있는지를 통해 효능감을 느낀다. 그래서 만약 내가 한정된 나의 에너지를 어딘가에 추가적으로 쏟아부어야 한다면, 나는 부동산 공부가 아니라 내 일과 관련된 공부에 더 시간을 쏟고 싶다. 더 유능한 사람이 되서 지속적인 현금창출양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이다. 그리고 그 편이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더 충족감을 느낄 것 같다. 아무튼 나는 그렇다.

각자가 지닌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공통된 주제로 인한 광풍이 아이덴티티 마저 무력화 시키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서 이 광풍열차에 올라탈 것인가는 개인 가치관의 차이이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이 소란 속에서 그냥 내 중심을 잡고 싶다. 


10월부터 12월까지 해보고 싶은 것

올해가 가기전에 하고싶은건 여전히 많다... ㅎㅎ 

뭐 해가 바뀐다고 뾰로롱 하고 사람이 변하는 건 아니지만. 올해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기억들이 생각도 안날 만큼 뭐든 해보고 그리고 되어보고 싶다. 가보자고~! 

바프 잘 마무리하고 주4회 계속 운동하기

엄마랑 여행가기

캠핑가기

가을과 겨울을 가족들과 함께 느껴보기

스터디 루틴 만들기

책 많이 읽기

월말정산 매달!!! 하기

프로젝트 잘 마무리하고 회고하기

이력서 업데이트하기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자주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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