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여정을 마친 당신에게

고생 많았어요.

by 나의 바다

떨어져 있는 시간은 늘 생각보다 어렵다.

처음 겪는 거리감은 예상보다 깊었고, 그때 나는 잘 지내지 못했다.


“금방이에요.”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그만큼 더 애틋할 거예요” 그가 남긴 말들을 떠올리며,

나는 마음속에서 그를 수없이 배웅했다.

하지만 마음이란 건 언제나 그렇게 물리적인 시간과 감정의 밀도 사이에서 엇갈린다.

그에겐 떠나는 일이 반복된 일이었겠지만, 내겐 그게 '남겨지는 첫 경험'이었다.


나는 그 자리를 대신 채울 수 없는 허상의 그에게 자꾸 의지했다.

그렇게 마음의 무게가 점점 기울어갔던 것 같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가끔 마음이 앞서게 된다.

잘해보고 싶다는 다짐이 때론 확인이 되고,

때론 지나친 감정 표현이 되고,

상대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내가 너무 잘 해내고 싶었던 나머지 그 사람의 속도와 피로를 충분히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애써 눈감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방식이 누군가에겐 버거울 수 있다는 걸 조금 늦게 받아들였다.

그저 나의 진심만이 언젠가는 닿을 거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애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애씀이 상대에게 닿지 않을 때는 슬픔이 된다.

당신은 아마도 한동안 조용히 지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눈치채는 순간마다 멀어졌어야 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는 다르게 또 마음이 앞서서 조금 더 다가가고 말았다.


우리가 맞지 않았던 건 서로의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갈등을 기억하는 사람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만나면 늘 어딘가 어긋난다.


감정을 말로 풀고 싶었던 나와 감정을 다룰 여유가 없던 당신.


우리는 같은 곳을 보면서도 다른 이유로 숨을 고르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결국, 나는 늦게나마 깨달았지만 변화가 닿기도 전에, 이미 마음을 닫아버린 그에게,

그의 기준아래에 일방적으로 정리되었다.


한 번쯤은, 서로의 속도와 감정을 말이 아닌 얼굴로 마주했더라면 무언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분명 그도 그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나도 나의 방식으로 노력했다.

그 노력이 때론 서로를 멀어지게 하기도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헛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나의 감정, 나의 방식, 나의 애씀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도 아직 마음 한편에 ‘잘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조금은 더 단단하고 조용한 사람으로 내 마음을 바라보고 있다.


때론, 되돌리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이 더 따뜻할 수도 있다고 오늘도 합리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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