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온기가 지나간 자리에서 비로소 알게 된 것들
어떤 관계의 끝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언제나처럼 하루가 흘러가고, 마주 보던 대화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 사람이 없는 날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그런데 그 끝이 내 마음에 오래 남는 이유는 그때가 마지막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가 마지막일 줄 알았더라면, 한 번쯤은 더 따뜻하게 안아볼걸.
돌아보고 나니 후회가 많다.
내가 이렇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때 조금 더 참았더라면,
이 관계는 다른 모습으로 흘러갈 수 있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 정해진 양의 '인연의 분량'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그건 정량적이지 않고, 순간의 농도나 에너지로 소진되기도 한다.
나는 끝이 있는 줄 모른 채로 마구 꺼내 썼고, 어느 날 남은 양이 바닥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스스로를 감추지 않고,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태.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나는 나인 채로 누군가를 만났고, 내가 나여서 끝났다면 그걸로 된 거다.
어떤 사람은 내가 아닌 나를 원할 수 있고, 그렇다면 어차피 오래 함께할 수는 없던 것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내 안에서도 그런 감각은 있었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니라는. 내 깊은 내면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다정함에, 고마움에, 그리고 그 온기 하나에 마음이 머물렀다.
그 느낌이 예뻤다. 그래서 더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는 내게 가르침 같은 존재였다. 내가 바꿔야 했던 부분들, 넘기지 않고 마주 봐야 했던 시간들.
함께한 시간은 결과가 아니라 배움의 단계였고,
그 사람이 해줘야 할 역할은 어느 순간 도달한 지점에서 끝이 났다.
누군가는 머물러주고, 누군가는 지나가며 배움을 남긴다.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인연이 머물 시간이 거기까지였던 것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고, 거기서 배운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것.
그 사람이 내게서 배워야 했던 것들도 다 전해졌기를 바란다.
가끔은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그토록 바라던 당신과 함께한 미래가 오지 않은 것이 결국엔 다행이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