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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뼘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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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Apr 14. 2021

재수 없는 날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이다. 비가 온다는 말에 우산을 챙겼지만 날씨는 화창했고, 늘 등교하던 길이 공사 중이라 먼 길로 돌아갔으며, 수업 시간에 조는 걸 들켜서 야간 자율학습 뒷정리까지 하게 됐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떠난 뒤 정리를 마치고 주섬주섬 학교를 나설 준비를 할 때쯤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학교 출입구에서 우산을 펴려다 한 여자 애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반 아이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어... 안녕? 여기서 뭐해?"

    "응, 학교에 두고 온 게 있어서 왔더니 그새 비가 내리잖아. 비가 멈출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렇구나... 혹시 어느 쪽으로 가?"

    "우체국 쪽. 왜?"

    "어... 나도 그쪽으로 가. 같이 가자. 바래다줄게"

    "그래? 다행이다! 집에 어떻게 가나 막막했는데. 그러면 실례"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교실 뒷정리를 하고 난 늦은 시간이 너를 만나게 했고, 잘못 챙긴 우산이 너에게 말을 걸게 했으며, 공사 중인 길이 너와 걷게 했다.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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