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체를 보는 행위는 생각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어떤 물체에 빛이 부딪히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투과되고, 일부는 흡수됩니다. 반사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와 시신경에 맺히고, 그 전기신호가 뇌에 전달되어 뇌가 인식하는 것을 '본다'라고 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물질의 본질이 아니라, 반사된 빛입니다.
사피리나의 피부를 확대해보면 얇은 껍데기가 겹겹이 쌓인 모습입니다. 우리가 디저트로 먹는 크레이프처럼 말입니다. 그 한 장 한 장은 육각형 모양의 결정이 벌집 모양으로 촘촘하게 붙어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육각형 모양의 결정은 구아닌이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아닌의 특징 중 하나는 빛의 반사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빛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입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지면 물결이 원형을 그리며 뻗어나가는데, 그것이 파동입니다. 파동의 특성 중 하나는 서로 다른 파동이 부딪혔을 때, 파동이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올라가는 파도 두 개가 부딪히면 더 큰 파도가 만들어지고, 올라가는 파도와 내려가는 파도가 부딪히면 잔잔해집니다. 전자를 '보강간섭', 후자를 '상쇄간섭'이라고 합니다.
빛은 파장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일반적으로는 단순히 빛이 반사된다고 해서 파장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거울에 빨간색 레이저를 쏜다고 파란색이 되지는 않죠?
그런데 사피리나 피부 조직에 무수히 많은 구아닌 층은 빛을 이리저리 흡수하고, 반사하고, 서로 부딪히게 합니다. 빛은 파동이기도 하므로, 그 과정에서 보강간섭과 상쇄간섭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수많은 간섭이 파장을 다양하게 바꾸어 반사해 사피리나의 색이 무지개빛으로 반짝거리는 것입니다. 이 원리는 보석 오팔이 특유의 색을 내는 방식과 유사하고, 특히, 아스팔트 위 기름이 무지개색을 띠는 원리와 아주 흡사합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색을 내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을 반사합니다. 사피리나 몸의 두께는 얇고 약간 불투명한데, 앞선 모든 조건이 아름답게 맞물리면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신기한 동물을 보게 되어 신나는 마음으로 소개해 드리려고 했는데, 내용이 조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설명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라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연에서의 현상은 놀랍도록 단순해 보이지만, '왜?'라는 질문을 할수록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가 그렇게 복잡한 이유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 해당 회차에서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대털>의 캐릭터와 장면이 패러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