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즐거움
해질녘 석양을 보다가 문득 해가 지는 모습은 도대체 왜 아름다운 것인가? 생각이 든 적 있다. 석양의 모습뿐만 아니라 거리의 나무와 꽃들, 형형색색 문양의 나비와 곤충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등 아름다움에 관하여 사유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아름다움에는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을까? 아름다움의 사전적 정의는 '모양이나 색깔, 소리 따위가 마음에 들어 만족스럽고 좋은 느낌',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함'이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요소로 나뉜다.
아기들도 미인을 더 좋아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아기들이 매력적인 얼굴과 그렇지 않은 얼굴을 구분하는 것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 혹은 유전적 영향이 아닐까 싶다. 보통 아름다움의 표현은 외적인 기준 보다는 내적으로 충족 되어질 때 쓰인다. 남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행,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행복한 미소 등 선한 마음과 순수함이 외부로 발현되는 그 순간 아름다운 정신이 깃들어 전해지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람이 마음 속에 악을 품거나 순수하지 못한 목적을 가질 때 아름다움은 결코 발현되지 않는다. 남을 속이는 사람의 표정 속에는 추악함이 드리워진다.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도 제 한몸을 가누지 못해 불편하거나 배고픔을 알리기 위한 울음은 한걸음에 달려가 달래주고 싶은 반면, 주체 못한 분에 못이겨 내는 울음소리는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음과 같다.
"인간은 자연보다 더 아름답고 더 단순하며 더 직접적인 발명품을 고안해 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의 발명품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연은 가장 현명하고 고귀한 스승'이라고 했다. 자연을 구성하는 원리는 단 하나의 이유로 귀결된다. 자연을 이루는 생명체의 목적은 생존이다. 무당벌레의 점박이 무늬는 천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보호색이고, 하늘을 향해 여러 갈래로 뻗은 나뭇가지는 많은 잎사귀를 피워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기 위함이다. 자연 생명체의 형태와 구조는 모두 생존과 직결되어 설계되었고 진화를 거듭해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생존을 추구한다. 생존을 향한 뜨거운 갈망은 가장 고귀한 가치다.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가치에 있다. 간혹 뉴스를 통해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통해 인의(仁義)로운 삶을 실천하는 이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숭고한 가치가 녹아들 때 아름다움은 그 이름처럼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