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더 적극적으로 창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북페어를 다녀오고 나면 머릿속에 여러 이미지와 만들고 싶은 것들이 떠올라서 당장 실행에 옮겨야지! 하는 결심도 많이 했다. 특히 작년에는 자신의 브랜드와 전시, 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고 싶어서 다양한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과 더불어서 개인의 사적인 취향과 고민까지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브랜드의 시작은 개인의 관심사에서 비롯된다. 내가 어떤 것에 열광하고 어떤 것에 예민한지, 차별화를 두고 바라보는 시선을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본인의 작업을 통해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시선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공간을 살펴보면 손에 닿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 그곳을 대표하는 사물이 놓여있다. 콘셉트를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물건, 작업 중에 나를 가장 잘 표현한 책, 사진, 소품. 그래서 다른 장소를 갈 때에도 가장 시선과 가까운 곳에 놓인 물건을 꼼꼼히 살펴보곤 한다. 아래위 선반에 놓인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제일 소개하고 싶은 건데 보고 가실래요?"하고 묻는 대상을 지나치면 영화의 중요한 장면을 놓친 것 같아 아쉬우니까. 늘 뭔가를 하면서 부담을 내려놓고 가볍게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안 그러면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너무 많은 생각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단 하자.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일단 하는데, 결과물도 만들어가고 싶어서 고민도 많아지는 요즘이다.
책, 책을 만들고 싶은데 일단 하자면서 왜 이렇게 어렵지?
재수 작가님의 클래스에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잘하고 싶다는 것에서 '잘'을 빼세요. 잘하려는 마음이 클수록 머뭇거리게 되고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게 됩니다." 좀 못하면 어떤가. 점점 추운 날씨도 풀려가니까 크게 기지개도 켜고 어깨도 풀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