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히 스며듬

by 오옐

내가 일하는 곳에는 다양한 화분이 있다. 평소에는 식물이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자라는 건지 몰랐는데 다 시들었나 싶다가도 새잎이 자라나고 주말이 지나고 오면 꽃이 피어 있기도 한다. 예전에 키우기에 쉽다던 다육 식물인 홍옥을 집에 데려왔다가 통통했던 잎을 바싹 마르게 한 이후로는 화분을 들여놓고 싶다는 욕심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창문 가에 놓인 선인장, 난, 우주목 등 모양도 제각각인 식물을 보다가 어쩌면 누구보다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고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른하고 졸음이 가득한 아침과 오후에도 빛과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이주에 한번 월요일이 되면 화초를 키우시는 선생님께서 싱크대에 화분을 모아놓는다. 물을 틀어놓고 아래에서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방향을 돌려가며 골고루 적셔준 뒤 오전 내내 두면 흙이 촉촉해지면서 시들했던 잎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부지런하게 물을 머금고 자라나는 모습에 작은 화분에서부터 거리의 큰 나무들까지 대견해 보였다. 주어지는 그대로를 받아 다시 살아가는 단순한 이치를 성실히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맑음과 비가 오락가락했던 5월, 홍제천과 불광천 너머를 걸으며 연두에서 초록으로 점점 짙어져가는 풍경을 본다. 꽃도 많이 피어나고 철쭉도 곳곳에 보이는데, 이참에 봉숭아 물을 들여볼까. 어릴 때 이후로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아무렴 어때’. 집으로 가는 길에 하나 사서 가야겠다. 봉숭아를 물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손으로 작업하는 시간이 부족할수록 나는 조금씩 무료해진다. 물이 골고루 스며들지 않은 화분 같다. 어느 부분은 곧게 펴있고 한쪽은 비스듬히 말라있다. 나를 위해서 손을 움직이는 것을 계속해야 한다. 낙서나 종이접기나 소소한 것에서 끝내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색이 번져 자리 잡은 꽃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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