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램프

by 오옐

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혼자 칵테일을 마셔보고 싶어서 근처의 술집을 검색했다. 혼자 밥 먹기는 어렵지 않지만, 술을 마시러 혼자 가는 건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었다. 가을로 넘어가는 선선해진 내음에 출입문이 활짝 열려있어 조금의 용기를 더해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옆자리에 취기가 한껏 오른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재즈 음악이 배경으로 흘러나왔다. 처음 온 티를 내지 않으려 앉아 있는데 바텐더가 평소에 술을 혼자 마시러 자주 왔는지 물었다. 소품을 괜히 만지작거리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눈치를 챘나 보다. 어떤 대화를 이어 나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바텐더가 말했다. “저기 맞은 편 가게 앞에 있는 사람이 제가 예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 같아요." 만약 그런 우연이 일어난다면 아주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어볼 심산이었다. 아쉽게도(?) 매우 닮은 사람이었고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았는데 작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바텐더에게 물어봤더니 모르는 눈치였다. 어떤 작가인지 알았더라면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텐데 의문만 남겨놓은 이야기는 다시 사라져 버렸다. 바텐더는 칵테일 잔을 연신 닦아내고 있다. 마치 알라딘의 램프처럼 계속 문지르면 이곳에서 주고받은 대화들이 줄지어 나올것만 같았다. 여름의 끝 무렵 멜론 맛 칵테일을 마시며 나눈 의문스런 이야기도 뭉게뭉게. 반짝이는 유리잔을 손에 쥔 바텐더와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