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인연을 만난 경험이 있나요?
겨울 여행 중,
볼로냐에서 머물던 나는 베니스에서 빈 구간의 야간열차를 이용해서 부다페스트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야간열차는 실물 티켓이 필요했기에, 본의 아니게 베니스에서 하루 묵으면서 호스텔에서 티켓을 출력하기로 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베니스를 여행하고,
다음날 부다페스트로 가기 위해 야간열차를 기다리다가 허기가 져서 역 옆 골목에 있는 중국집에 들어갔다.
손님이 한 명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직원들을 나를 화장실 앞 구석 자리로 안내했다.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은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앉아서 주문을 했다.
주문한 볶음밥이 나왔는데, 차갑게 식어있고 딱딱하게 씹히는 것도 많았다.
어차피 사람도 별로 없겠다 혼잣말로 시원하게 욕을 하고 있는데, 뒤쪽에 앉은 손님 두 분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계산을 하고 나오며 보니 한국 분들이셔서 말을 걸어보았다.
먼 타지에서 같은 한국인, 아니 같은 동양인끼리도 왜인지 모르는 동질감이 느껴지고, 말 걸기가 훨씬 쉬워지는 이상한 마법이 있다.
중국집 욕을 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여행 이야기로 넘어갔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이 흔히 묻는 질문들이 있는데,
“얼마나 여행하셨어요?”, “어디 어디 다녀오셨어요?”,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이 정도의 질문이 끝나면 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다.
내가 여기서 야간열차를 타고 빈으로 넘어가서 부다페스트로 갈 예정이라고 말하자 두 분이 엄청 놀라며 자기들도 부다페스트에 간다고 했다.
열차도 같은 열차였다. 엄청난 우연이였다.
베니스에서 빈까지 야간열차를 타면, 대략 10시간이 걸리는데 보통 10시간을 밤새 비좁게 이동하면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빈을 구경하거나 휴식을 취하며 더 이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특이하게 그분들도 부다페스트까지 이동할 예정이었다.
기차에서 숙소를 예약할 생각이라는 이야기에 자신들의 에어비앤비에 추가 요금만 내고 자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줘서 일정을 함께하게 되었다.
워낙 즉흥적으로 여행하는 덕에 뒷 일정은 머릿속으로만 정해놓았었다.
나름의 계획(생각)대로 라면 부다페스트 이후로는 크로아티아를 여행하고 여유가 생기면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을 여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너무 재밌었다.
요리를 잘하고 좋아해서 개인 프라이팬까지 챙겨 온 요리사 여행자가 해주는 요리를 먹는 것도 좋았고, 친구 두 분의 케미를 보며 여행하는 게 재밌었다.
그렇게 부다페스트를 여행하고, 그분들의 일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부다페스트에서 프라하, 프라하에서 뮌헨을 지나서 인터라켄, 인터라켄 후 파리까지.
이틀 후에 뮌헨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야 함에도 첫 우연을 믿고 파리까지 함께했다.
파리에서 뮌헨으로 비행기를 타고, 뮌헨 공항에서 밤새 노숙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뮌헨과 두바이를 경유하여 40시간가량을 넘게 잠도 못 자고 씻지도 못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무모했는가 생각이 들지만,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내릴 것 같다.
여행에서 인연을 만난 경험이 있나요?
있다면,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내릴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