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던 골목에서 잠깐 그 생각을 했다, 2017
우거지국
오래 기다렸다. 나는 성실하고 참을성이 많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누구보다 더 잘 살아야지. 잘 살 수 있다. 기억이 흐물거리며 풀리자 너도나도 덤벼들었다. 그래, 뜯어먹어라. 살점 하나 없는 나를 먹어치워라. 내가 네 이빨에 끼어서 괴롭히겠다. 끈질기게 복수를 하겠다. 아무리 털어내도 떨어지지 않는 얼음처럼 들러붙어서. 하지만 가득히 모여있으니 편안하다. 차이도 없고 구분도 없으니 편하다. 울음과 웃음이 다르지 않다. 내 속의 것을 한껏 쥐어짰다. 콸콸 나왔다. 먼 곳의 냄새가 났다. 젊음의 냄새가 가득한 솥 안에서 남자가 노래를 했다. 노래가 좋았다. 딱 젊음이 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 촌스럽지 않은 청춘의 노래. 내가 늙어서 다행이다. 이젠 질투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참을성이 또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