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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눌산 Aug 27. 2015

오일장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시장 상인 2세들이 모여 만든 '무주 반딧불 북카페'




무주의 재래시장이 변하고 있다. 시장 안에 음악방송국이 생기더니 이제는 아메리카노를 파는 커피 집까지 문을 열었다. 과연 찾아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안의 아메리카노는 아직은 낯설어 쉽사리 문턱을 넘기가 어색해 보이지만, 조만간 무주의 명물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아메리카노 파는 시장의 무한 변신은 이제 시작이다.



무주 반딧불장터 한편에 자리한 ‘반딧불 북카페’는 시장 상인 2세들이 모여 만든 ‘두레협동조합’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고 있다. 평생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아버지 어머니들의 삶을 보고 자란 2세들이 모여 시작한 만큼 의욕이 넘쳐 있다. 반딧불장터의 활성화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 들어보니 모두가 무릎을 칠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들로 가득하다. 할머니에서 어머니, 이제는 그 2세들이 꾸려갈 무주 오일장의 앞날이 환하게 그려진다.


두레협동조합은 지난해 10월 26일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총 8명으로 구성된 이사들의 리더인 양주택(45) 이사장의 부모님 역시 태양고추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시장 상인이다. 100년 전통의 반딧불시장에서 평생을 보낸 산 증인인 셈이다. 양주택 이사장은 현재 대전과 무주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고향인 무주에 정착해 부모님의 뒤를 이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할 생각이다.


“반딧불장터는 제가 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마침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단’이 들어와 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협동조합까지 만들게 되었죠. 비록 이제 시작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곳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양주택 이사장의 직업은 따로 있다. 시장 내 빈 상가를 임대해 정수기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 고향으로 다시 내려올 계획을 세우면서 농사에 대한 관심도 가져봤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친구의 권유로 무주에 없는 정수기 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사무실은 무주에 두고 있지만 인근 금산과 영동까지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판매뿐만이 아니라 렌탈과 관리까지 해주는 정수기 사업이 좀 더 안정되면 가족 모두 무주로 옮겨올 생각이다. 

필자가 장터를 찾은 날은 북카페가 문을 연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아직 소문이 덜 난 탓에 손님은 많지 않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은 많다. 특히 시장 상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걱정과 우려에서 시작된 관심이라 이사들은 부담이 크다고 했다. 


조합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전희영(37) 이사는 남편의 고향인 무주에 정착한 케이스다. 시부모님이 인삼 농사를 지으면서 시장에서 수삼센터를 오랫동안 운영 해오고 있기 때문에 조합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북카페 운영은 이사들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담당할 예정입니다. 각자 따로 하는 일이 있다 보니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모두의 힘이 필요하면 함께 풀어나가는 식이죠.”




나눔과 소통을 통한 반딧불시장의 사랑방 되겠다.



상인 2세들이 모이게 된 것은 재래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장 사업단이 활동하면서부터다. 이들의 모인 이유는 단순하다. 사업단이 철수한 이후에도 과연 반딧불시장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느냐는 걱정과 고민 때문이었다.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사업이 아닌 지속적인 활성화 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들은 ‘협동조합 학교와 창업 아카데미’를 수료하였고, 그 첫 사업의 일환으로 지금의 ‘반딧불 북카페’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전희영 이사는 커피 한잔의 의미에 대해 힘주어 말한다.


“이곳에서 나는 수익금은 모두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저희 이사진은 최저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보수거든요. 만약 적자가 나면 우리 이 사진들이 메꿔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 있는 것은 여기 모인 이사진 모두 시장 상인 2세들이라는 겁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데는 자신 있다는 얘기죠. 그리고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 또한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 기부도 하는 셈이고, 무엇보다 우리 조합의 목적이 나눔과 소통이기 때문에 공정무역  커피뿐만 아니라 농산물도 무주에서 생산되는 것만 사용합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 공간은 오고 가는 사람들의 정을 나누는 사랑방이 되는 것이고요.”


무주생활 8년 차인 필자는 1일과 6일이면 어김없이 반딧불시장을 찾아간다. 그 이유는, 46년 째 장날만 문을 여는 찐빵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서다. 쫀득 쫀득한 맛이 일품인 할머니표 찐빵은 무주사람보다 오히려 외지인들에게 더 알려진 ‘무주명물’이기도 하다. 우연히 알게 되어 잡지에 소개하게 되면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시장은 시장다워야 한다. 현대화란 이름으로 대형 유통매장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정을 나누는 시장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면 된다는 얘기다. 




할머니에 이어 어머니가 장터에서 50년 째 할머니국수집을 운영한다는 김상혜(34) 씨는 일식과 한식조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요리사다. 그 역시 조합에 참여하게 되면서 북카페에서 일한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새벽 서 너 시만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에 잠이 깨면 하루 종일 장터에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앞섬, 뒷섬, 대차리 등에서 장터에서 팔 물건을 싣고 오는 소리거든요. 그때는 장터의 낡은 나무기둥이 유일한 놀이터가 됩니다. 아이들도 얼마나 많았던지……. 장터와 향산리나 대교리 아이들과 패를 나눠 놀았을 정도니까요. 조합에 참여하게 되면서 사람들로 북적이던 그 시절이 그립더라고요.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부모님 세대의 영광을 되찾아야죠.”


김상혜 씨는 대를 이어 온 국수집을 물려받아 운영할 생각이다. 노점의 찐빵이 그리워 장터를 찾듯 허름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장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국수 한 그릇 때문에 사람들이 찾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모두가 인정할 만큼 가장 열심히 활동한다는 서울 출신 전희영 이사는 무주사람 보다 더 무주에 대한 애착이 많다. 그것은 무주문화관광 해설사 활동을 하면서 무주와 관광객의 중간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 무주에 온 걸 잘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는 1등과 20등 하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거든요. 서울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제가 무주에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지 저 따라서 이사 온 고등학교 동창도 있어요.(웃음)”


양주택 이사장과 전희영, 김상혜 이사와 두어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무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과 어떤 어려움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보였다. 그래서일까 명맥만 유지하는 100년 전통시장이 아닌, 그들의 소망처럼 나눔과 소통의 장으로의 변신이 먼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주 오일장은 1일과 6일 열립니다.





무주 반딧불시장 반딧불 북카페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읍 장터로 2

063-322-8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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